매일신문

[사설] 한국당 인적 쇄신, 뼈를 깎는 각오로 해야

자유한국당의 개혁 의지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10월 인적 쇄신을 천명하면서 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이 술렁이고 있다. 비대위는 일단 전국의 당협위원장을 모두 물러나게 한 뒤 공모 등을 거쳐 새로 임명할 방침이다. 특히 대구경북의 22개 당협위원장이 교체 대상으로 많이 거론되고 있어 지역 정치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번 개혁은 차기 총선 구도와 맞물려 있는 데다 김병준호의 당 쇄신 추진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에 당의 명운이 걸려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한국당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각 당협에 대한 심사와 조사 등을 거쳐 기존 당협위원장을 재임명하거나 새로운 인물로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당협위원장 교체를 위한 평가 기준으로는 지난 지방선거 결과가 당연히 적용될 것이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거나 수사 대상인 인물이 포함될 것이다. 여기에다 ‘새로운 가치 부합 여부’라는 정치적인 잣대도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모처럼 뽑아 든 개혁의 칼날이 어디까지 미칠지 얼마나 스며들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당장 현역 의원을 교체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적인 입지가 약한 원외 당협위원장들만 제물로 삼을 경우, 개혁의 바람이 미풍에 그칠 것이고 개혁의 진정성이 여론의 도마에 오를 것이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나면서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인적 물갈이를 통한 한국당의 혁신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 과정에서 계파나 인맥에 얽혀 공정성을 잃거나, 정치적인 노욕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 현역 의원을 과감하게 물갈이해서 젊고 유능한 인재를 대폭 영입해야 개혁의 진정성이 평가를 받을 것이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하지 못한다면 공멸(共滅)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한국당의 쇠락뿐만 아니라 보수의 침몰로 귀결되는 사안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은 현 정권의 국정 운영에 염증을 느끼면서 대안 세력 부재에 또 한숨을 쉬고 있다. 건강한 피를 수혈해서 당을 일신하고 무너진 보수를 재건해 수권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공당의 역사적인 책무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