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양승태(70) 전 대법원장의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확보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법원을 떠나면서 재직 시절 보고받은 문건들을 이 USB에 저장해 보관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날 양 전 대법원장의 경기 성남시 자택에서 문서파일 등이 저장된 USB를 압수해 분석작업에 착수했다.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양 전 대법원장의 개인 차량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받았다. 그러나 "참여인 등의 진술 등에 의하여 압수할 물건이 다른 장소에 보관되어 있음이 확인되는 경우 그 보관 장소를 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영장의 단서를 근거로 서재에 있던 USB를 압수했다.
압수수색에 참여한 양 전 대법원장과 변호인은 지난해 퇴직 당시 가지고 나온 USB가 서재에 보관돼 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에 따라 이 USB가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진 각종 사안에 양 전 대법원장이 관여했음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될지 주목된다. USB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 등에서 생산한 문건들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재판거래와 법관사찰 등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최소한 양 전 대법원장이 보고를 받았다는 점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수사 초기부터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영장이 기각됐다. 대법원장 시절 사용한 PC 하드디스크는 디가우징 방식으로 데이터가 손상돼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비롯한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정점에 있다고 보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2015년 서울남부지법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을 취소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 등 정황증거가 확보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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