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양승태(70) 전 대법원장의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확보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법원을 떠나면서 재직 시절 보고받은 문건들을 이 USB에 저장해 보관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날 양 전 대법원장의 경기 성남시 자택에서 문서파일 등이 저장된 USB 2개를 압수해 분석작업에 착수했다.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양 전 대법원장의 개인 차량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받았다. 그러나 "참여인 등의 진술 등에 의하여 압수할 물건이 다른 장소에 보관되어 있음이 확인되는 경우 그 보관 장소를 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영장의 단서를 근거로 서재에 있던 USB를 압수했다. 검찰은 이같은 단서를 달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에 참여한 양 전 대법원장과 변호인은 지난해 퇴직 당시 가지고 나온 USB가 서재에 보관돼 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변호인으로부터 동의서를 받고 USB를 압수했다.
이에 따라 이 USB가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진 각종 사안에 양 전 대법원장이 관여했음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될지 주목된다. USB에는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 등에서 생산한 문건들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로서는 USB에 담긴 문건들을 토대로 대법원장 재임 시절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는지,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추궁할 근거가 생긴 셈이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렸다. 그러나 법원은 "공모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해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올해 6월 1일 기자회견에서 재판거래 의혹 문건들에 대해 "무슨 문건인지 알아야 얘기드릴 수 있을 것"이라거나 "도대체 그(법원행정처) 컴퓨터 안에 무슨 얘기가 들어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재판거래와 법관사찰 등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최소한 양 전 대법원장이 보고를 받았다는 점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수사 초기부터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영장이 기각됐다. 대법원장 시절 사용한 PC 하드디스크는 디가우징 방식으로 데이터가 손상돼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 측이 USB의 존재를 시인하고 스스로 제출한 점으로 미뤄 수사에 큰 보탬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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