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턱 길어지고 손발 울퉁불퉁, 뇌하수체를 의심하라

박기수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박기수 칠곡경북대병원 교수
뇌하수체 1, 2, 3 - 뇌하수체를 단계적으로 자세히 살펴본 그림(뇌 중간 아래 왼쪽 올챙이 모양)
박기수 칠곡경북대병원 교수

김복순(47·가명) 씨는 초등학교 동창모임에 갔다가 "얼굴이 이상하다"는 말을 듣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생겼다. 평소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얼굴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말을 듣곤 했지만, 나이가 들면 얼굴 모습도 변하기 마련이라는 생각으로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몇몇 동창들은 "완전히 딴 사람이 됐다"고 호들갑을 떨고, 자기 스스로 처녀 시절 사진과 비교해보니 정말 다른 사람 같았기 때문이다. 병원을 찾은 김 씨는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들었다.

◆뇌하수체와 뇌하수체 선종

뇌하수체는 시상하부 아래쪽에 매달려 있는 1cm 정도 크기의 내분비 기관 중 하나이다. 몸속에서 분비되는 프로락틴(유즙분비자극호르몬), 성장호르몬, 부신피질호르몬, 성호르몬, 옥시토신, 항이뇨호르몬 등 각종 호르몬을 조절하는 컨드롤 타워 역할을 한다.

뇌하수체 선종은 뇌하수체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종양으로 주로 뇌하수체 전엽에서 발생한다. 대부분 양성이다. 호르몬 분비가 있으냐 없느냐에 따라 기능성과 비기능성으로 나눌 수 있다.

기능성 뇌하수체 선종은 프로락틴(유즙분비자극호르몬), 성장호르몬(말단비대증), 부신피질자극호르몬(쿠싱병), 갑상선자극호르몬(갑상선기능항진증), 여포자극호르몬 등을 분비하여 호르몬 이상증상으로 인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비기능성 뇌하수체 선종은 호르몬을 분비하지 않는 탓에 우연히 또는 종양의 성장에 따라 시신경이나 안구 운동에 장애를 일으켜 주로 발견된다.

◆호르몬 종류에 따른 다양한 증상?

뇌하수체 선종의 증상은 어떤 호르몬이 분비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프로락틴종(유즙분비자극호르몬 분비)은 여성의 경우 월경량 감소, 초경의 지연, 일차성 무월경, 유즙 분비, 불임, 조기 폐경 등의 증상을 호소하게 되고, 남성에게는 성욕 저하, 발기부전 등을 일으킨다.

뇌하수체 선종에 의해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면 말단비대증이 생긴다. 손, 발, 턱, 코, 귀, 혀 등 인체의 말단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흔히 거인증 또는 거인병이라고 불린다.

부신피질에서 생성되는 부신피질호르몬인 당류코르티코이드는 결체조직, 뼈, 칼슘대사, 성장과 발육, 조혈기관, 면역계의 효과, 심혈관계 및 중추신경계에 작용을 한다. 그런데 이 당류코르티코이드가 부족하면 혈압감소와 의식저하 등이 나타난다. 특히 뇌하수체 선종에 의해 당류코르티코이드 분비가 많아지는 것을 쿠싱병으로 진단한다.

쿠싱병이 발병하면 체중이 늘어나긴 하지만 주로 가슴과 배 위주로 살이 찌고 팔다리는 오히려 가늘어지는 증세가 나타나고, 얼굴이 붉어지고 동그랗게 된다(월상안). 또 뒷목 바로 밑 견갑골 사이에 지방이 축적(들소혹변형) 되고, 얼굴과 몸에 체모가 증가하면서, 붉은 자색의 선조가 배·허벅지·팔에 나타난다. 사지에 멍이 잘 들기도 한다.

뇌하수체 1, 2, 3 - 뇌하수체를 단계적으로 자세히 살펴본 그림(뇌 중간 아래 왼쪽 올챙이 모양)

◆응급상황 '뇌하수체졸중'

뇌하수체 선종에서 갑작스런 경색이나 출혈로 인해 뇌하수체가 급격히 팽창하여 주위 조직을 누르는 경우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두통, 구토, 시력 소실, 안구운동 장애, 의식저하 등의 증세를 일으킨다. 이 같은 임상증후군을 뇌하수체졸중이라고 한다.

뇌하수체졸중이 어떻게 해서 발생하는 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종양의 성장이 혈류 공급을 초과해서 조직 괴사와 함께 출혈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일단 뇌하수체졸중이 의심될 경우 가능한 빨리 머리CT나 MRI를 촬영해야 한다. 그리고 뇌하수체졸중으로 진단되면 응급수술로 종양을 제거해 주고, 뇌하수체 기능 저하에 대한 호르몬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선종의 크기와 기능성 여부에 따른 치료

뇌하수체 선종은 크기에 따라 미세선종(지름 1cm 미만)과 대선종(지름 1cm 초과)으로, 임상적 분류에 따라 기능성과 비기능성 선종으로 구분한다. 크기가 작고, 신경학적 증상이 없으며, 비기능성인 선종인 경우에는 '경과관찰'이 우선이다.

기능성 선종의 경우 대선종임에도 불구하고 약물치료를 우선하는 사례가 있다. 프로락틴종(유즙분비호르몬 분비)이 대표적이다. 이 종양은 75% 정도의 환자들이 약물에 잘 반응하며 과다 분비되던 호르몬이 약물치료로 정상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가 임신을 원하고 종양의 크기가 1cm 미만(미세선종)으로 작고 프로락틴 수치가 150ng/ml 이상인 경우에는 일차적으로 약물치료를 적극 권장한다.

성장호르몬 분비 선종은 일차적 치료로 수술을 선택한다. 종양이 경정맥동을 침범하지 않는 경우에는 대부분 수술로 종양의 완전한 제거가 가능하다. 수술만으로 성장호르몬의 과다분비를 해결할 수 있는 확율은 75~95% 정도이다. 쿠싱병은 약물치료가 거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가능한 한 완전하게 종양을 제거하는 게 최선책으로 꼽힌다. 하지만 종양을 완전히 제거해도 15% 정도는 호르몬 분비가 정상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감마나이프나 일반적인 방사선 치료를 추가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머리뼈 열고 수술할 필요 없다"

예전에는 뇌하수체 종양 수술을 할 때 머리뼈를 열고 뇌 안쪽으로 접근하는 개두술을 시행했으나, 최근에는 아주 특별하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은 코를 통한 경접형동접근법을 이용해 수술한다.

개두술은 종양이 뇌하수체 위쪽으로 많이 자란 경우에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뇌를 수술 중 양쪽으로 당기고 접근하는 탓에 압박받고 있는 시신경을 만져가면서 시신경 사이로 종양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후유증이나 시신경 손상 위험이 있다.

도움말 박기수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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