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구사진을 위하여

박순국 언론인‧사진가

박순국 언론인·사진가
박순국 언론인·사진가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미지가 삶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중심에 사진이 자리하고 있다. 기록이나 회화를 보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출발하였지만 사진은 동시대 예술의 중요한 매체가 됐다. 사진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작가의 사유세계에 동화되어 보는 이의 지각이 확장되기도 한다. 기록성이 강한 사진은 인간의 기억력을 극대화시켜 주기도 하고 특정한 시대를 환기해준다. 이는 다른 시각 매체와는 차별화된 사진의 고유한 미학적 특성이자 매력이다.

지난달 개막된 대구국제사진비엔날레가 종반을 향해 가고 있다.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사진의 경향을 조망하고자 하는 전시이다. 보는 이들은 사진의 근원적인 의미를 되새겨 보는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사진의 도시 대구의 명성을 계승하고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기본적인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올해 비엔날레는 대구문화예술회관으로 업무가 이관돼 개최되는 첫해로 지역 사진계를 비롯해 전국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사진비엔날레가 끝난 후 나온 이야기 중에는 다양한 내용물을 마련해 놓고도 홍보 부족으로 뒷심을 잃어버렸다는 평도 있었다. 작은 부분이지만 올해도 집행부가 홍보 업무의 어려움에 처해 있음이 느껴져 그 점이 우려된다. 무더웠던 지난여름 스태프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행사를 준비했을 것이다. 기발하고 참신한 기획력으로 더 많은 사람이 전시장을 찾아 세계적 수준의 작품들과 만나도록 해야 한다.

지난달 14일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에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방문해 남북한 분단의 모습을 묘사한 '초코파이를 먹자-같이'라는 설치작품을 둘러보았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가 세계보도사진전이 열리는 도쿄사진미술관을 방문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을 방문했던 문 대통령이 대구비엔날레에도 관심을 보여주기를 희망 사항으로 생각해 보지만, 그 전에 우리 권영진 대구시장도 대구문화예술회관을 한 번 방문하셔서 천천히 사진의 의미를 느껴보기를 기대한다. 지금도 오후 8시까지는 전시 관람이 가능하다.

마침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2일 서로 역할을 바꿔 일일 교환근무를 했다. 대구와 경북은 상생위원회를 만들고 간부들이 웃으며 한자리에 앉았다고 하니 참 바람직한 일이다. 일각에서는 사진만 찍는 '보여주기식'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상상을 해본다. 예를 들어 권 시장이 28일까지 열리는 문경사과축제나 풍기인삼축제장을 찾고, 이 지사는 각각 16일과 21일까지 열리는 대구사진비엔날레 전시장과 대구오페라축제 공연장을 방문한다면 어떨까 싶다. 권 시장은 '당장 행정 통합은 어렵더라도 가능한 경제·문화 통합부터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고 한다. 대형 재난사고의 기억이 남아 있는 대구의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제사진비엔날레 같은 문화예술행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보는 만큼 알게 되는 것도 있다. 디지털 매체는 우리에게 새로운 인식체계를 요구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한다. 대구사진비엔날레에 전시된 사진들은 관습적인 시각을 타파하고 혁신적인 담론을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관점의 차이를 인정하고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미래를 보는 융합의 눈을 뜨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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