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은 원래 하나였다. 대구시가 경북도에 포함돼 있었다.
981년 7월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경북도로부터 분리됐다. 이후 경북도와 대구시는 17개 지방자치단체 중 하나로 쭉 대등한 관계지만 지역에서 종종 큰집(경북도), 작은집(대구시)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달 2일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일일 교환근무를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구시로, 권영진 대구시장은 경북도로 출근했다. 대구와 경북의 상생 협력을 위해서였다. 이를 두고 정치인 출신 시장, 도지사의 '쇼'라는 말도 나왔다. 교환 업무도 각 시도 간부들과의 만남, 시도의회 방문, 기자 간담회 등 주로 정무적인 일정으로 짜였다.
이들의 교환근무 이전에도 대구와 경북의 상생 협력 노력은 있었다. 2014년 대구경북 시장'도지사 후보들의 '한뿌리상생선언' 이후 조례가 만들어졌다.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도 구성됐고, 시도가 상생을 위해 함께 추진할 수 있는 협력 과제들도 속속 선정됐다.
그러나 한계가 뚜렷했다. 시도에 상생 발전 담당자도 정해지고, 관련 부서도 만들어졌지만 큰 틀에서 뭔가를 해 보기엔 '끗발'도 부족했고, 주변의 관심도 적었다. 그렇다 보니 내놓을 만한 상생 협력 활동 내용, 성과라 할 것이 별로 없었다. 시도지사가 참석하는 한뿌리상생위원회 총회 등 이벤트성 행사 때나 한 번씩 부각되는 정도였다. 그래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별 기대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시도지사의 교환근무가 주는 상징적·실질적 의미는 더 크다. 지금까지처럼 '말로만 상생 협력하진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시장과 도지사가 직접 나서, 상생 협력의 선봉에 서겠다는 선언을 한 것과 다름없다.
실제 권영진 시장과 이철우 지사는 통합 대구공항과 취수원 이전, 그리고 팔공산 국립공원 추진 등 그동안 풀지 못한 난제를 상생 협력의 최우선 과제로 끌어다 놨다. 2일 교환근무 후 9일까지 5번이나 만나기도 했다. 취수원 이전 관련 해법 합의도 여기서 나왔다. 시도지사가 연속적으로 만나 직접 머리를 맞댄 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앞으로 상생 협력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구와 경북 두 수장이 직접 보여준 것이다.
대구와 경북이 함께 위기를 돌파하고 상생 발전하기 위해선 함께하는 힘, '협력'이 절대적이다. 그 힘의 원천은 역시 한뿌리에서 나온다. 다행히 경북(큰집)과 대구(작은집)는 뿌리가 같다. 그 힘이 모아진다면 그 강도와 규모는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어쩌면 경북과 대구는 다시 하나로 합쳐질지도 모른다. 그게 행정 통합이든 경제 통합이든 분야별 통합이든 뭐든 상관없다. 둘이 하나처럼 합쳐야 둘 다 살아남을 수 있고,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권 시장과 이 지사의 의기투합이 대구경북 통합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쇼도 하기 나름이다. 겉만 번지르르하거나 보여주기식에 그칠 수도 있지만 습관화된 일상을 뒤집거나 발상의 전환으로 판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 이들이 시작한 쇼가 대구경북 상생과 통합, 나아가 전국 판도를 좌우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쇼가 될 수도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제대로 된 한판 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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