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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 심형래의 '디워 2' 성공 가능성은?

영화
영화 '디 워'

심형래가 자신이 제작하고 연출했던 화제작 '디 워'의 속편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미 수차례 다수 매체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디 워2'의 제작 소식을 알렸고, 2020년 개봉을 목표로 프리프로덕션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물론, 프리 프로덕션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서 실제로 촬영에 들어갈 수 있는지는 모르는 일이고, 촬영을 마쳤다고 해서 편집이나 배급과정에 문제가 생기지 말란 보장도 없다. 심지어 완성본에 문제가 생기거나 배급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져 개봉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건 영화산업이 필연적으로 안고 갈 수밖에 없는 리스크다. 그래서 대개 영화계에서는 한 편의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작업이 진척돼 안정권에 접어들었을 때에야 제작 관련 사실을 인정하거나 슬슬 홍보를 진행하곤 한다. 섣불리 자신감을 보이다 덧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심형래가 '디 워2'의 제작 사실을 벌써부터 알리고 다니는 건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 심형래는 '디 워2'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영화
영화 '디 워'

# '디 워2' 할리우드에서 작업 진행 중

심형래가 밝힌 바에 따르면 '디 워2'는 현재 할리우드 배급 시스템 안에서 제작이 이뤄지고 있다. 투자는 중국 쪽에서 상당 부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는 CJ엔터테인먼트가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다만 CJ엔터테인먼트 측은 개발비 지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투자와 배급 결정 여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몸을 사렸다. 심형래는 프로젝트의 총괄 프로듀서 격으로 일하고 있으며, 연출은 할리우드 감독이 맡기로 했다.

위 사실은 모두 2014년부터 현재까지 심형래의 입을 통해 외부로 알려졌다. 심형래가 영구아트무비 직원들과의 송사에 휘말려 논란의 중심에 서고 결국 회사를 정리하는 등의 과정을 겪고 난 뒤다.

앞서 전문에서 얘기한 것처럼 한 편의 영화가, 특히나 거대예산의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만들어져 세상에 나오는 과정은 극히 지난하고 완성품과 흥행성과에 대한 보장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개발 과정에서 프로젝트에 관련된 이들은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가속도가 붙기 전까지 결정을 유보하고 상황을 지켜본다.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으므로 당연히 입조심을 한다. 그런 와중에 심형래가 먼저 '디 워2'에 대해 언급하고 다녔다는 건 관심을 집중시켜 투자를 끌어내고 파트너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인 행보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나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던 심형래인데다 개봉 당시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린 '디 워'의 속편이라 개발비를 내놓은 CJ엔터테인먼트 측에서도 '확실하게 밀어주기로 했다'고 말하기 어려웠을 게 분명하다. 그래야 문제가 생겼을 때 발을 뺄 수 있으니까.

어쨌든 다행스러운 건 2014년쯤 시작된 이 프로젝트가 여전히 진행 중이란 사실이다. 물론 순조로운 진행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 프로젝트가 수년에 걸쳐 무산되지 않고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제작 기반이 다져지고 있다는 말로 해석 가능하다.

영화
영화 '디 워'

# '디 워2'의 성공 가능성은?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장점은 '심형래가 연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앞서 심형래는 할리우드와 손잡고 '디 워'(2007)와 '라스트 갓 파더'(2010) 등의 영화를 제작 및 연출했다. 당시만 해도 중화권과 할리우드와 공동작업을 하거나 현지 배급을 통해 와이드릴리즈 하는 식의 대대적인 작업이 드물었는데, 그럼에도 심형래는 꽤나 저돌적인 추진력을 발휘하며 국내 영화인들이 손대지 못했던 영역에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들이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받은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바로 심형래의 어설픈 연출력이다. 충무로의 베테랑급 영화 전문 인력들이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사업의 폭을 넓힌 꽤 뛰어난 프로듀서였지만, 연출은 들어서지 말아야할 영역이었다. 기본적으로 심형래의 연출작은 서사구조가 심하게 망가져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솜씨도 수준 이하였다. 신과 신을 연결하는 과정이나 컷을 배치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기본기가 갖춰져 있지 않았던, 연출이란 개념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감독으로 나서 보는 이들까지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디 워' 개봉 전 내놨던 심형래의 연출작 '용가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흐트러진 내러티브, 정리되지 않은 캐릭터에 초라한 완성도에도 그저 '국내에서 보기 드문 CG기술'만 내세워 홍보했다. 그리고는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되는 등 심각하게 과대포장된 이미지 때문에 '밀어줘야 할 한국인'으로 알려져 소위 '국뽕스타'로 떠올랐다. 따져보면 이 때부터 '디 워' '라스트 갓 파더' 등의 작업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은 영화 연출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심형래 본인이었다.

영화
영화 '라스트 갓 파더'

그럼에도 앞뒤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결과적으로 파트너를 설득시켜 투자를 끌어내는 사업가의 기질은 충분히 높이 살 만 했다. 그래서 심형래가 연출에서 손을 떼고(그렇다면 당연히 각본 작업에서도 목소리가 작아질 수밖에) 전체적인 틀을 잡아주는 프로듀서 역할을 하고 있는 '디 워2'는 전작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디 워2'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리스크가 제거된 셈이다. 지난 2016년에는 한 재일교포 여성의 폭로로 '심형래가 파친코에 중독됐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 내용에 대해서는 심형래 본인이 아니라고 해명을 한 상태다. 그러나 파친코 중독설로 인해 투자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연출력 뿐 아니라 결국은 '디 워2' 프로젝트의 중심에 서 있는 심형래 본인이 사생활까지 잘 간수하며 리스크가 아닌 성공요인으로 활동해야만 한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심형래를 완전히 지우고 '디 워2'를 생각해보자. 그렇다고 해도 사실 이 영화는 안고 가야 할 장애요소가 뚜렷이 드러난다. '디 워'가 북미 개봉 당시 흥행에 성공한 것도 아니고 국내에서도 논란으로 인해 화제가 돼 840만 명 돌파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을 뿐,

호불호는 명확히 엇갈렸다. 그나마 개봉 시기에는 애국심 마케팅으로 인해 대중의 지지를 얻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영화를 두고 '수작'이란 평가를 내놓는 이는 사실상 없다. 북미 지역 흥행은 실패나 마찬가진데 이 영화의 후속작을 내놓는다니, 이건 현지 기준에서 봤을 때도 상당한 모험이다. 전편 개봉 당시 심형래가 그렇게도 내세웠던 '국내 기술로 이뤄낸 놀라운 CG'도 이젠 흔한 기술이 됐다. 그 자체만으로 대중에 어필할 수 없다는 말이다.

여기까지만 살펴봐도 '디 워2'는 여러모로 부정적인 요소가 산재된 프로젝트다. 지금도 심형래가 재기를 노리고 지나치게 큰일을 벌이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화제작을 내세워 위기 상황을 정면돌파하는 우직함에 점수를 주지 않을 순 없다. '디 워2'가 완성도 면에서나 흥행 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거란 기대가 들지 않는 게 사실이나 적어도 심형래가 이번 프로젝트를 끌고 가면서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은 인정받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욕심이 지나쳤던 데다 방식도 잘못되긴 했지만 타인이 가지 않은 길을 가며 혁신을 추구했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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