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 전임 관장이 지난 7월 초 임기 만료로 떠난 뒤 대구시는 후임자 임명을 위한 공모절차를 2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2차례 면접심사에서 모두 '적격자 없음'으로 결정했고, 이후 미술관장 부재가 장기화되자 '대구시가 미술관 현안에 손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과 함께 대구미술관이 갖고 있는 제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비판의 일성은 웅장한 규모와 화려한 외관에 비해 내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구미술관은 2005년 문화체육관광부 BTL(Build-Transfer-Lease·임대형 민간투자사업)선도사업에 선정돼,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정해졌고 그해 12월 현대산업개발의 운영주체사인 ㈜대구뮤지엄서비스와 550억원에 실시협약협상(협상체결의 통칭으로, 협상이나 평가, 심의 등을 의미)이 맺어졌다. 여기에 시비 106억원과 기타 비용을 포함해 건축비는 662억원에 달했다.
또 건축 당시 대구미술관은 진입로와 주차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 진입로와 주차장을 확보하느라 토지 보상비를 포함해 750억원이 더 들었다. 결국 총 건립비 1천412억원이 든 매머드급 미술관인 것이다.
이처럼 매머드급 미술관을 지어 놓았지만 정작 속은 텅 빈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구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수는 모두 1천232점으로 기증 작품이 839점이고 구입 작품이 393점이다. 이 중에서 국제 전시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작품은 해외 작가로는 쿠사마 야요이, 덴 플레번,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과 국내 작가로 최정화, 이수경, 이인성 작품 등 십 수 점에 불과하다.
현재 대구미술관 연간 운영비는 116억원이다. 하지만 이중 미술작품 구입비 책정은 연간 12억~16억원이 고작이다. 지금까지 구입한 작품 중 최고가는 쿠사마 야요이의 조각 작품 '호박'으로 구입가는 6억9천만원이다. 현재 대구미술관이 책정하고 있는 미술품 구입예산으로는 한해에 좋은 작품 한 두점 정도 구매도 벅차다.
이런 이유로 대구미술관은 시립 미술관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소장전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대구미술관이 한 해 동안 여는 기획전은 보통 10회에서 11회로 개관 이후 약 80회의 기획전이 열렸다. 이중 미술관 자체 순수 소장전은 2014년 처음 열린 이후 4번뿐이었다.
물론 역사가 짧은 만큼 수장고를 한꺼번에 모두 채울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대구미술관의 속살을 찌우려는 노력은 부단히 해야 한다는 게 지역 문화계의 바람이다. 대구시가 하드웨어에만 집중할 뿐 소프트웨어를 키우려는 노력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대구미술관은 한 해 예산 116억원을 쓰면서 기획전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지난해 기준 1억6천여만원에 불과했다. 시립미술관으로서 공적 기능을 감안하더라도 수입 대비 약 73배의 예산을 쓰고 있다는 점은 운영 효율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대구시는 또 시공사인 대구뮤지엄서비스가 미술관 부속건물에 예식장을 임대하는 편법을 사실상 묵인함으로써 대구미술관 이미지를 상업용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BTL 방식으로 대구미술관을 건립해 관리운영권을 대구뮤지엄서비스가 20년 동안 갖고 있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대구시가 좀 더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 미술관 이미지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구미술관 관장은 지난 7월 초 전임 최승훈 관장이 임기만료로 떠나면서 현재 공석이다. 대구시는 관장 선임을 위해 지난 8월 2일과 9월 11일 두 차례나 공모해 면접심사를 했으나 두 번 모두 '적격자 없음'으로 결정했다. 1차 때는 7명, 2차 때는 15명이 각각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장 부재가 길어지자 미술계에서는 대구시가 대체 어쩌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적격자가 없다고 결정한 만큼 차기 관장은 부적격으로 판정된 관장후보들보다 훨씬 뛰어난 인물을 임명해야 하는데, 과연 그것이 말처럼 쉽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대구시가 스스로 난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대구미술관을 BTL 방식으로 건축함에 따라 대구시는 대구미술관이 준공된 2010년 3월부터 2030년 3월까지 20년 동안 대구뮤지엄서비스에 연 평균 36억원대를 2회 분할 상환하고 있다. 지난해 상환액은 36억6천80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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