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대구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베트남 호치민에서 진행되는 'From I to others '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베트남의 고아와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한 이 프로젝트는 그들 스스로 불안정한 자신의 몸을 더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예술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외에도 베트남, 대만, 일본의 안무가, 음악가, 프로듀서, 다큐멘터리 감독 등이 참여했다. 아티스트들은 그들의 재능과 지식, 경험을 함께 공유했다. 진행된 모든 수업과 일정은 영상으로 촬영해, 다큐멘터리로 남겨졌다.
한국의 그 또래 아이들보다 더 순수한 듯한 호치민 아이들과의 수업은 그들의 좋지 못한 상황과 문화에 대한 이해에 시간이 다소 걸릴 뿐이지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시각장애인들과의 수업시간. 한두 번 시각장애인을 만나본 것이 전부인 나는 20명이 넘는 장애인들과의 수업을 잘 진행할 수 있을 지도 스스로에게 의문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청각이 더 발달한 그들에게는 움직임 수업보다는 음악 수업이 더 적합한 것 같아보였다.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아티스트들은 움직임 수업이야말로 그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앞을 잘 볼 수 없는 그들은 넘어지는 일도 많고, 사물과 부딪치는 일도 빈번하다. 그렇기 때문에 움직임 수업을 통해서 근육의 이완법, 바닥을 많이 사용하는 현대무용의 움직임과 유사하게 다치지 않게 넘어지기, 넘어졌을 때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 지에 대한 수업은 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며칠 뒤, 호치민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그들이 모여 사는 센터 앞에 첫 수업을 하기 위해 서 있었다. 반갑게 맞아 주는 원장님이 오늘은 참여인원이 좀 많아 30명이 넘는다고 말씀했다. 워크숍실에 들어선 나는 그들과 인사도 하기 전에 굳어버렸다. 시각장애인이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람들 뿐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눈이 없는 사람, 눈알이 안에 있지 않고 밖에 있는 사람, 검은 눈동자가 없는 사람 등 여러 부류가 있다는 걸 그 순간 알게 됐다.
터치가 많은 무용수업의 특성상 처음에 그들을 만지는 것이 무서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졌다. 그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 했고,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익숙한 듯이 한쪽 눈이 있거나 조금 보이는 이들이 명암을 구분할 수 있는 이들을 돕고 또 그들이 완전히 보이지 않는 이들을 도우며 수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시각장애인들은 모든 것을 눈으로 보고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은 것이고, 행복한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 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면서, 무용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고민도 해봤다. 워크숍을 마치고 나오는 계단에 붙어 있던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배움으로 어두움을 이기자'. 어두움은 단지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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