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론(On Liberty, 1859)'.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저서. 내년이면 초간된 지 160년이 되는데 올해 개정판이 나왔다. 19세기 유럽을 겨냥해 저술된 책이 21세기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뇌리에 꽂힌다. 고전이라는 이름이 품은 활어처럼 파닥이는 생생함이 자못 크다. 한 세기 반을 훌쩍 거슬러 올라가 자유를 말하는 밀을 만나보면 그의 삶이 주는 자유 그 자체는 더욱 큰 감동을 준다.
밀은 서문에서 '자유론'을 그의 아내에게 헌사하고 있다. 부인 테일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아내의 최종 수정을 거치지 못한 저술을 그대로 출간하면서 밀은 부인과 함께 쓴 것이나 다름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밀과 테일러는 1830년 여름에 처음 만났다. 테일러와 사랑에 빠진 밀은 이후 20년이 넘도록 사랑을 이어가고, 마침내 45세 되는 해인 1851년에 결혼을 했지만 7년 만에 생과 사로 갈라지고 만다. 무려 160여 년 전의 일이라고 상상해 보라. 밀의 자유에 대한 외침이 그의 삶으로 오롯이 울려 퍼지고 있지 않은가. 그가 말하는 자유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개인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할 수 있는 것', 그의 삶을 누가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자유든 사랑이든.
1장 머리말에서 밀은 이 책이 '의지의 자유'보다는 시민의 자유, 사회적 자유를 중심 주제로 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필자는 개인의 자유의지와 사회적 자유의 두 원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한 개인이 추구하는 삶이 사회성을 띌 뿐만 아니라 어떤 원리를 담고 있으며, 반대로 사회적 자유도 개개인을 간과하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의 자유 이전에 사람의 자유로운 가치관을 말하고 싶어했다. 개인으로서 시민으로서 사회적 존재로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그대로 한 사람의 외침이 되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유를 논하는 밀이 자신의 삶으로 자유를 증명하는 것처럼, 개인이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는 삶의 실천행위와 맞닿으면서 하나로 통합되고 한 가지로 수렴된다. 그 한 가지가 밀에게는 자유라는 가치였다.
3장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서 '개별성'을 들고, 다음과 같이 당대를 진단한다. "유럽을 유럽답게 만든 요인, 그것은 바로 성격과 문화의 놀라운 다양성이다. 개인이나 계급, 그리고 민족이 극단적으로 서로 다르다. 이들 각자가 엄청나게 다양한 길을 찾아 헤매면서 무언가 가치 있는 것들을 만들어냈다."(153쪽) 한국 사회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오늘날의 한국의 문화는 오랜 역사 속에서 외래문화를 다방면으로 수용하면서 전통과 습합되어 새로운 문화로 재창조된 결과다. 이제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흘러나가고 있다. 다양한 민족이 한국으로 와 한국인이 되었고, 생소했던 타 문화도 이제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로 편입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필요한 가치가 바로 너와 나의 됨됨이에 대한 존중, 바로 개별성이 아니겠는가. 그러하기에 개별성과 사회성의 조화를 위해 지나치게 사회성이 강조된 사회를 경계하고 개인의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는 밀의 주장이 오늘의 한국사회에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오늘의 나에게도 필요한 가르침이요 지성이 전하는 한 수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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