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야 간에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많은 논란을 빚었던 규제개혁 관련법이 지난달 20일 국회를 통과하여 정부에서 하위 법령을 정비하는 데로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에 통과된 법은 지역특구법, 정보통신융합특별법, 산업융합촉진법 등인데 모처럼 여야가 서로 입장차를 좁혀서 합의하고 입법에 이르게 된 것은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규제란 행정기관이 국민들에게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모든 것이다. 우리는 일상의 사소한 민원 처리에서도 늘 행정기관이 부과한 규제를 피부로 체감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이러한 규제가 사회 전체의 일반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할지라도 새로운 기술의 진보나 서비스의 출현을 막아 기업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시민들의 삶을 불편하게 하면서, 특정집단의 이익을 보장하는 울타리로 작용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얼마 전 대통령께서도 언급한 19세기 말 영국의 적기조례(Red Flag Act)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은 당시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마차의 기득권을 위하여 자동차 이용을 과도하게 제한한 이 조례를 31년간이나 유지함으로써 산업혁명의 선두를 달리고 있던 영국이 독일과 미국에 비해 자동차산업 육성이 뒤처지게 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대구시는 2014년부터 규제개혁추진단을 만들어 그동안 크고 작은 규제타파 작업을 추진해 왔다. 예를 들면 신체 장기이식 범위에 그간 포함되지 못했던 손·팔 이식을 포함해 수술의 위법성을 해소하고, 수술환자들이 관련 보험급여를 받도록 했다. 또 전기차 에너지 소비효율 개선을 통해 화물차도 전기차 도입을 수월하게 함으로써 대구가 전기차 시대를 선도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모바일 등 정보통신기술과 제조업의 융합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높다. 이에 따라 정부도 혁신성장을 위하여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우리 시에서도 미래형 자동차, 의료, 에너지, 물, 로봇에 스마트시티를 더하여 5+1 미래신산업 육성을 위하여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신산업의 성장과 안착을 위하여 규제개혁이야말로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하여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입법방식의 전환이다. 이는 기존 법령에 요건이나 기준이 지나치게 한정적이면 이를 포괄적으로 다시 정의하거나 분류체계를 유연하게 가져감으로써 신산업이나 신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규제샌드박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샌드박스(sandbox)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만든 안전한 놀이터다. 이처럼 규제샌드박스 안에서는 기존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이나 임시허가와 같은 형태로 해당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신기술 테스트베드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규제개혁은 이제 선택이 아니다. 혁신성장을 통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 통과해야 하는 관문처럼 되었다. "물들어 올 때 노 젓는다"는 말이 있듯이 모처럼 규제개혁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금 우리 시도 이 호기를 잘 살려가야 할 것이다. 자칫 변화하는 현실을 읽지 못해서 영국의 적기조례와 같은 전철을 밟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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