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실록/ 황인희 지음/ 유아이북스 펴냄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대사 중에 "어제는 멀고 오늘은 낯설며, 내일은 두려웠던 격변의 시간"이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바로 대한제국 전후 혼돈의 시절을 말한다. 이 책은 그 시절의 궁궐 기록을 되살리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조선왕조 실록'은 태조부터 철종대까지 472년 동안의 기록만을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의 마지막 시기인 고종과 순종대에는 '실록'의 형태로 기록되지 않았을까. 아니다. 고종과 순종의 시기 역시 '고종황제 실록', '순종황제 실록'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실록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조선왕조 실록'의 범주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두 실록에는 왕이 내린 교지, 대신들과 나눴던 대화, 각국과 맺은 여러 약정 등 구한말 시대의 여러 자료가 풍부하게 실려있다. 특히 한일 강제병합 조약(을사늑약)에 서명한 5명의 대신들(을사오적)을 처단하라는 신료들의 상소문, 자결로 을사늑약의 부당함과 치욕을 맞선 우국지사들을 애도한 고종의 말이 실록에는 실려있다. 순종황제 실록에는 피살당한 이토 히로부미를 순종이 조사를 내려, 애도의 뜻을 표한 바 있다. 이러한 기록 모두가 우리에게는 망국의 슬픔이요, 잊어서는 안 될 역사의 한 장면일 것이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는 일제의 편에 서서 그들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도록 압박하는 신료들이 등장한다. 이 책은 실제 조선 말기와 대한제국의 조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상소들과 의견들이 오갔는 지를 알려준다. 대한민국은 13년 동안 이 땅에 존재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910년 일제에 의해 나라를 잃고, 고종 황제는 '이태왕', 순종 황제는 '이왕'이라는 격하된 칭호를 얻게 됐다. 결국 대한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저자는 일제의 입김이 작용하였다는 이유로 오늘날 정사(正史) 취급을 받지 못했던 비운의 두 실록에 다시금 주목하고 있다. 이 책은 두 실록에서 중요한 주제를 뽑아, 원문의 그대로 당시의 기록을 보여주고자 한다. 서양 사람들을 '양이'라 부르며, 배척하던 고종 초기부터 한일의정서, 한일신협약 등 각종 조약으로 우리의 주권을 하나하나 내주다 최종적으로 일제에 의해 강제병합까지 되는 마지막 황제 순종시대에 이르기까지 다루고 있다.
이 책은 Ⅰ고종황제 실록 편은 편찬 경위, 고종황제 실록 총서, 대한제국 이전(갑신정변, 갑오개혁, 청일전쟁, 아관파천 등), 대한제국(명성황후 국장, 러일전쟁, 한일협상조약 체결 등)으로 나눠서 쓰고 있으며, Ⅱ 순종황제 실록 편은 순종황제 실록 총서, 대한제국 순종황제 실록(헤이그 밀사 사건, 한일신협약, 이토 히로부미 암살, 한일합병 조약 등), 부록(합방과 이왕가, 창덕궁 화재와 고종 승하, 순종 승하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 352p에 나오는 격문을 소개한다. "아! 역적을 처단하지 않고, 강제로 체결된 조약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500년 종묘사직은 지금 멸망할 것이고 삼천리 강토는 오늘 없어질 것이며, 수백만 백성은 지금 멸망할 것이고 5천년을 내려오던 도맥이 오늘 끊어질 것이니, 신이 오늘날 산다 한들 무엇하겠습니까?"
416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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