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에 사는 김모(28) 씨는 최근 운전 중 아찔한 경험을 했다. 1호선 율하역 인근에서 안심체육공원 방면으로 좌회전을 하려다 마주오던 차와 충돌할 뻔 했기 때문이다.
해당 구간은 '비보호 겸용 좌회전 도로'로, 직진 신호가 들어왔을 때에만 비보호 좌회전이 가능한 구간이었다. 순간적으로 마주오던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교통 정체를 해소하려고 도입한 비보호 겸용 좌회전 도로에서 오히려 교통사고가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소속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분석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비보호 겸용 좌회전 신호가 설치된 대구경북 463곳의 도로에서 설치 이전보다 교통사고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비보호 겸용 좌회전 도로는 좌회전 신호와 직진 신호 때 모두 좌회전이 가능한 형태의 도로다. 좌회전 신호가 들어오면 신호에 따라 좌회전을 하고, 직진 신호가 들어왔을 때도 반대 차로의 상황을 보며 비보호 좌회전이 가능하다. 신호가 짧아 빚어질 수 있는 좌회전 차로 교통정체를 해소하고자 지난 2015년 처음 도입됐다.
대구에서는 모두 90곳의 도로에 설치됐는데, 이 구간에서 설치 이전 3년 간의 수치와 비교해 교통사고 건수는 9건(22.5%), 부상자 수도 11명(20.4%) 늘어났다.
373곳의 도로에 비보호 겸용 좌회전 신호가 설치된 경북 역시 설치 이전 3년 간 506건에서 설치 이후 현재까지 983건으로 94.3%나 폭증했다. 사망자 수도 3명에서 17명으로 466.7% 늘어났다.
전국적으로도 모두 4천420개의 비보호 겸용 좌회전 신호 설치 구간에서 설치 이전 3년보다 교통사고가 34.6%, 사망자는 40.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병훈 의원은 "비보호 겸용 좌회전이 도움이 되는 구간과 사고 유발이 우려되는 구간을 철저히 구분해 설치 및 철거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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