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어려움은 과정의 어려움뿐만이 아니다. 좋은 작품이 잘 나오지 않는데 있다. 한국 오페라 70년사에 내놓을 작품이 몇이나 될까하는 궁색한 물음을 스스로 던져보기도 한다.
그러나 제 16회 대구오페라축제 무대에 오른 영남오페라단의'윤심덕, 사의 찬미'(9월 28~29일)는 달랐다. 혁신적인 구조나 독창성이 넘치는 작품은 아니지만 대중성을 확보 하는 것에 초점이 모아졌고 이 목표를 훌륭하게 달성했다.
작곡가 진영민은 '불의 혼'을 비롯해 전작에서 내 놓은 작품들 보다 한 단계 원숙한 솜씨를 보였다. 제 1막, 2막의 레치타티보(대사)나 학예회식 합창 장면은 개선이 필요하지만, 제3막과 제4막에 가면서 오페라의 몰입도는 관객을 사로잡았다.
아무리 익숙한 '리골레토''라보엠' 등 서양 레퍼토리라 해도 초심의 관객에겐 여전히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에 비하면'사의 찬미'는 스토리 이해나 인물의 개성을 파악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는 안방 드라마 같다. 때문에 조금만 완성도를 높인다면 더 넓게 국민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연출가 정철원은 오페라 장면 배분, 무대 장치의 역할에서 오랜 경험을 잘 녹여냈다. 많은 신(Scene)을 할애함으로써 다양한 변화를 주고, 스피디한 흐름을 살려 '창작 오페라가 지루하다, 재미없다'는 편견을 깼다.
내년은 3·1절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어느 때 보다 역사를 바로보고, 우리의 강한 자존감과 힘을 길러야 하는 시점이다. 그 유명한 베르디의 작품들 역시 조국이 처한 위기의 상황에서 애국심의 발로에서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세계가 공유하는 작품이 되었다.
'사의 찬미'는 단순한 연애 자살 사건이 아니다. 나라 잃은 백성인 예술가의 자유와 기개, 친구들과의 우정과 의리, 조국과 사랑, 죽음이란 키워드를 바탕에 깔고 있다.
김귀자 예술감독의 영남오페라단이 고심을 거듭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자식은 낳는 것 보다 키우는 것이 훨씬 힘들다고 말한다. 오페라도 그렇다. 오페라는 혼자 키우는 게 아니라 오페라를 사랑하는 모두가 살려야 한다.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대구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 같다. 작품 하나가 살면 창작오페라가 살고 그러면 대구문화가 산다.
◆탁계석 음악 평론가는?
1953년 부산 출생으로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했으며, 한국예술비평가협회 회장, 문화저널21 논설주간, 경기문화예술위원회 전문위원, 세종문화회관 자문위원, 국립극장 자문위원, 한국음악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음악평론가 탁계석 씨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때 공연된 영남오페라단의 '윤심덕, 사의 찬미'가 대중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며, 창작 작품으로 일단 연착륙에성공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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