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실물경제에까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미국 증시 급락 여파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국내 외국인 투자의 유출 등이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터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 등 글로벌 악재에다, 경제성장률 전망도 하향 조정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향후 전망도 어둡다.
◆금리 인상과 무역 분쟁 등 미국발 쇼크
11일 국내 증시 폭락은 전날 미국 증시 급락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것으로 보인다. 10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3.15%가 하락한 2만5598.74로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3.29%가 내린 2785.68로 거래가 끝났다.
기술주 급락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3.5% 이상 떨어졌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전날보다 4.08%가 떨어졌다. 이들 기업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인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에서의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금리상승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것도 국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01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고, 2년물 국채 금리도 2008년 이후 가장 높다. 이로 인해 최근 8거래일 동안 국내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2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을 경고하면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되게 만들었다.
김세진 DGB대구은행 WM사업부 대리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나 미국 증시가 하락하고, 국내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갔다. 또 무역분쟁의 여파로 기술주 기업들의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신흥국의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진 점도 국내 증시의 불안 요소"라고 했다.
◆국내외 경제 상황 탓에 전망도 어두워
IMF는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내년 전망치는 2.9%에서 2.6%로 하향 조종했다. 실제 4분기에 성장률과 고용, 설비 투자 등 국내 경제 지표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크지 않다.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커진 점도 또 하나의 뇌관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양국 간 금리차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이자 부담이 증가해 기업 생산과 가계 소비가 모두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국외 변수도 만만찮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이어지고, 터키의 디폴트 우려 등 악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우리나라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 분야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중국 내 현지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미국이 터키에 제재를 부과, 리라화가 급락하면서 국내 외환시장과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도 터키발 금융 불안이 주변 신흥국과 국제금융시장으로 확장되면 철강과 자동차부품 등 국내 수출 품목의 거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에는 증권가에서 '터키 디폴트 선언' 소문이 퍼지는 등 터키 외환시장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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