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3들이 치를 2022년 대입 수능 개편안을 보면 국어는 현재 문학, 독서, 화법과 작문, 문법에서 출제되던 것을 문학, 독서는 필수로 하고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문법 부분만 출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정책을 입안한 교육전문가들은 과목 선택권을 주면 학습 부담이 줄고, 깊게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점수보다 등수가 중요한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학습 부담이 줄어들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과목만 공부하는 요령만 늘어난다. 현재 수능에서 탐구 영역 중 경제, 물리Ⅱ, 화학Ⅱ는 선택하는 학생들이 1%밖에 안 된다. 이 과목들은 공부하기가 어렵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선택하기 때문에 상대평가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공과나 전자과를 간다면서 지구과학을 선택하고, 경제과를 간다면서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를 선택한다. 이것은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학생들에게 그렇게 선택하도록 만든 것이다.
현재 수능 국어에서 화법과 작문은 정답률이 80~90% 정도 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따로 공부를 하지 않는다. 원래 화법과 작문은 실습으로 평가해야 하는 과목이기 때문에 수능 형태의 객관식 문항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답의 근거를 객관적으로 제시하기 어려운 과목의 특성상 문제의 난도를 올리기도 어렵다. 변별력을 위해 난도를 높이려다 보면 화법과 작문 능력이 아니라 지문 독해 능력으로 변별이 된다. 반면 문법은 정답률이 50% 정도로 국어의 여러 영역 중 정답률이 가장 낮고 잘하는 학생들과 못하는 학생들의 차이가 크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알아 두어야 할 개념들이 많기 때문이다. 문법에 자신이 있는 학생들은 문법을 선택하겠지만, 잘하는 학생들이 몰리면 상대평가인 이상 점수에서 손해를 본다. 처음에는 문법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겠지만 상대적인 점수에서 손해를 보고 그것 때문에 대학 입시에 실패하는 사례들을 보게 되면 선택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능에서 선택을 하지 않으면 학교에서도 수업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칼럼에서 어떤 말이 적절한지에 대해 품사나 단어 분석법, 문장 성분에 대한 지식을 동원해서 이야기해도 40, 50대 독자들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한다. 국어 관련 전공을 안 했어도 고등학교 때 힘들게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능 개편안이 시행되면 지금의 학생들은 더 많은 시간 국어를 공부하면서도 정작 우리말에 대한 지식은 없을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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