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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칠곡보에 대한 단상

경북부 이현주 기자
경북부 이현주 기자

지난 12~14일 칠곡군 칠곡보생태공원 일원에서는 호국과 평화를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의 축제 '제6회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이 펼쳐졌다.

3일간 누적 관람객 수는 32만명에 육박했고, 14일 연계행사로 열린 '제6회 낙동강 호국길 자전거 대행진'에도 1천명이 넘는 자전거 동호인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라이더들은 펼쳐진 낙동강 풍광에 "최상의 라이딩 코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모두는 칠곡보가 있어 가능했다. 행사가 치러진 칠곡보생태공원은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으로 2012년 칠곡보가 설치되면서 조성됐다. 현재는 주민들의 휴식공간이자 칠곡군의 대표 축제 개최장소로, 또 관광인프라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칠곡보는 가뭄 해갈과 홍수 예방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칠곡보 인근 왜관읍·북삼읍·석적읍·약목면·기산면 일대 농민들은 칠곡보가 큰 짐을 덜어줬다고 입을 모은다.

윤영득(46·석적읍 남포리) 씨는 "강 수위가 일정하게 유지돼 가뭄 때 소형 관정을 해도 농업용수를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고 장마철 겪던 농지 침수 피해 걱정에서도 해방됐다"고 했다.

이런 효과가 있어 농민들은 정부의 보 개방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보 개방 이후 물 부족으로 농작물이 시들고, 일부 강에선 건천화(乾川化)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남 합천 농민들은 정부에 10억여 원의 농작물 피해 배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양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개발을 '적폐'로 낙인찍고 보 개방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는 그간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 가운데 10개 보를 개방한 데 이어 취수 장애 우려가 제기된 칠곡보를 제외한 상주보와 낙단보, 구미보 등을 15일부터 추가 개방하려다 거센 반발에 부딪혀 추가 협의를 전제로 유보했다.

보 설치로 치수(治水)와 용수(用水) 기능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에도 정부는 보 철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금강·영산강은 올 연말까지, 한강·낙동강은 내년 6월까지 보 철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녹조현상을 꼬집어 22조원이 들어간 4대강 사업을 무효화하려는 것이다. 보 개방이 녹조 퇴치에 뚜렷한 효과를 낸 것도 아니다. 보 개방 후 녹조가 심해진 곳도 많다.

모든 정책에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긍정적 효과를 무시하고 그 정책을 폐기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물 부족 국가인 우리 현실에서 보 설치로 인한 이점은 극대화하고 부정적 문제는 최소화하는 정책 집행이 이뤄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적폐 청산이라는 틀에 얽매여 또 다른 적폐를 쌓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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