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폐수무방류 시스템이 해답인가?

민경석 경북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

민경석 경북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
민경석 경북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

최근 과불화화합물 사고로 대구 매곡정수장을 현장 확인차 방문한 환경부 차관은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구미산업단지 산업폐수를 완전하게 차단하자는 폐수무방류 시스템 도입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이는 처리 비용, 농축수 처리 등의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므로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R&D가 없고, 대규모 시설에 적용한 사례가 없는 실정인데, 전문 기술자들의 경제성 및 기술적 검토도 없이 환경부에서 급조식으로 발표하고 추진하는 것은 문제다.

폐수무방류 시스템은 하·폐수를 최종 처리하여 처리수를 하천이나 해역 등 외부로 방류하지 않고, 전량 재순환하거나 재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오염물질 배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되어, 방류 수계의 수질 개선과 수자원의 효율적 이용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폐수무방류 시스템에 주로 도입하는 공정은 정밀여과막과 역삼투막으로 대부분 공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적용하는 막분리 공정은 크게 2가지 어려운 경제적 및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막분리공정에서의 에너지 사용량이 매우 크고, 둘째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농축수 처리 문제이다. 특히 농축수 처리 문제가 큰데, 무방류 시스템의 원수로 사용하는 하수처리수의 약 20~30% 내외가 발생하는 농축수는 하수처리수 내 처리가 어려운 의약품, 유해화학물질, 분리막 세정에서 나오는 난분해성물질, 질산성 질소, 고농도 용존성고형물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생물탈질공정을 비롯한 고급산화공정인 오존, 펜톤산화, 과산화수소 등의 공정이 필요한데, 처리 비용과 에너지의 소요가 매우 크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농축수 처리의 완전한 원천기술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대형 하·폐수처리장에서는 방류수를 전량 재이용하여 무방류 시스템을 실현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현재 포항하수처리장 처리수를 공업용수로 재이용하고 있는데, 농축수는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져서 처리하고 있다. 이는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고, 처리가 안되는 물질로 구성된 농축수이므로 지속적으로 하수처리시설에 이온물질을 증가시켜 재이용 시설의 분리막에 손상을 주거나 교체주기가 짧아지고, 하수처리 공정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현재 포항에서는 재이용 시설로 인한 비용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구미산업단지에서는 LG그룹의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생산량 9만t의 재이용시설이 곧 완공을 앞두고 있는데, 발생하는 농축수는 전량 구미시 하수처리시설로 보내진다. 만일 농축수를 직접 처리하게 되었으면, 이런 재이용시설을 계획했을까 하는 의문점이 크다. 구미산업단지에서는 하루 15만t의 산업폐수가 발생하는데, 환경부에 따르면 하수와 폐수를 분리하는 하수관로 시스템과 별도의 하·폐수처리시설을 분리하여 시설을 갖추고 운영하는 것이다. 하수관로 및 분리 하·폐수처리시설의 구축에 필요한 비용과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대책으로 성급히 발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대구 시민들은 유해화학물질에 상당히 민감하다. 양질의 상수원 확보가 수돗물 품질에 가장 중요한 문제이므로 정부는 수돗물 생산에 악영향을 주는 유해화학물질 유출과 녹조 발생의 근본적인 사전예방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유해화학물질이 사전에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지 일단 수계로 배출되면 대책 수립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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