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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기행] '초보운전' 스티커 붙이고 떠나는 경주…김유신묘, 포석정 그리고 불국사

생애 첫 자가용을 갖게 된 기념으로 경주를 다녀왔습니다. 대구에서 경주까지는 약 70km. 운전면허증에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저에겐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먼 거리였지만, '초심자의 용기'를 발휘해 자신 있게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김유신묘. 사진 이광우 객원기자
김유신묘. 사진 이광우 객원기자

◆김유신, 따사로운 햇살 아래 잠들다

가장 먼저 발길이 향한 곳은 김유신묘입니다. 황산벌 전투와 천관녀 설화로 우리에게 익숙한 신라의 명장 김유신의 묘소는 짧은 숲길을 지나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묘소 앞으로 비스듬하게 이어진 길과 위치가 어긋난 두 개의 비석이 만들어 내는 비대칭의 아름다움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입니다. 묘소를 둘러싸고 있는 12지신상 속에서 내가 태어난 해의 동물을 찾아보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포석정 터 곡수거. 사진 이광우 객원기자
포석정 터 곡수거. 사진 이광우 객원기자

◆경애왕의 마지막, 신라의 마지막을 느끼다

언덕을 내려와 오릉을 지나 남산으로 가다 보면 포석정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신라의 이궁(離宮)이었던 이곳은 이제 울창한 소나무숲 속 '유상 곡수연'을 즐기던 곡수거와 뒤편의 작은 계곡만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927년, 견훤의 군사가 이곳을 들이닥치며 신라 천년고도 경주의 역사는 막을 내렸습니다. 별다른 복원 없이, 곡수거를 따라 흘러간 세월을 그대로 간직한 포석정은 망국의 쓸쓸함을 오롯이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불국사 일주문. 사진 이광우 객원기자
불국사 일주문. 사진 이광우 객원기자

◆김대성이 꿈꾸던 불국정토, 가을 정취가 더해지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불국사. 불국사 주변의 울긋불긋한 단풍과 청량한 하늘은 가을의 경주가 가진 매력을 고스란히 뽐내고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소복하게 눈이 쌓였을 때 마주한 불국사에서 '첫사랑의 순정'을 느꼈다면, 가을의 불국사는 당신만이 가진 독특한 기품과 고색창연함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불국사 석가탑. 사진 이광우 객원기자
불국사 석가탑. 사진 이광우 객원기자

카메라 속 불국사의 모습은 얼핏 북유럽 어느 숲 속의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복원을 마친 석가탑을 마주하니 어찌나 반갑던지요. 대웅전과 다보탑, 석가탑 그리고 석등이 만들어 내는 조화로움은 파란 눈의 관광객들에게도 매력적인지 다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아, 극락전 현판 뒤 숨어있는 황금돼지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

다만 어디인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사진 찍기 좋아 '국민 스팟'이라 불리는 그 자리에 언제나 보이던 사진사 분들이 계시지 않았습니다. 사진사와 가격을 흥정하고, 찍은 사진을 받을 주소를 적어주던 모습, 어느새 추억의 뒤안길로 떠나버렸습니다.

불국사 영지. 사진 이광우 객원기자
불국사 영지. 사진 이광우 객원기자

글·사진 이광우(매일신문 독자서비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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