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도로공사, 정규직끼리 나눠 먹는 '신의 직장'

고속도로 영업소의 80% 이상을 한국도로공사 출신 인사(일명 도피아)가 차지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도로공사는 비정규직 차별 및 정규직 전환 지연 등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지만, 정작 ‘도피아’는 퇴직 후에도 영업소 대표와 사무장을 도맡고 있다는 점에서 두 얼굴의 공기업임을 보여준다. 비정규직에는 한없이 가혹하지만, 정규직끼리는 알뜰하게 챙겨주고 도와주고 있으니 그야말로 ‘신(神)의 직장’이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서구)은 올해 7월 현재 전국 354개 고속도로 영업소 대표 125명 가운데 104명이 도로공사 출신이라고 밝혔다. 영업소 사무장 259명 가운데 241명이 도로공사 출신이었다. 공개 입찰로 관할 영업소를 민간 인사에게 일부 내주긴 했지만, 생색내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도로공사 출신 영업소는 비도로공사 출신 영업소보다 평균 계약 금액이 훨씬 높다니 저간의 사정을 짐작게 한다. 도로공사 출신 영업소 대표의 계약금은 평균 9억1천만원이고 비도로공사 출신은 7억3천만원으로 2억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도로공사는 자기 식구에게는 편법을 동원해 노후까지 보장하지만, 비정규직에는 냉혹한 조치를 마다하지 않는다. 전 정권에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질질 끌다가, 현 정권 들어서는 비정규직자를 위한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화하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 지난 8월 시설관리㈜를 설립해 24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남은 비정규직자 수가 무려 9천400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눈속임이나 마찬가지다.

고속도로 영업소의 ‘도피아’ 및 비정규직 문제는 국감 때마다 논란이 됐지만,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 도로공사 스스로 개선할 의지가 없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공기업의 경영 방식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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