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전국 시·도 교육청이 유치원 상시감사 체계를 꾸리기로 한 것은 일부 유치원에 대한 사안 감사만으로는 업계에 만연한 비리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교육부는 18일 사립유치원 상시감사 체계를 만들고 기존 감사에서 지적받은 사항을 시정하지 않은 유치원과 비리 신고가 들어온 유치원, 대규모·고액 유치원을 대상으로 2019년 상반기까지 종합감사를 벌이기로 했다.
특히 사립유치원의 경우 누리과정(만3∼5세 교육과정) 지원금을 비롯해 한해 2조원 가까운 국가 예산이 쓰임에도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되지 않아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다만, 줄곧 지적돼 온 인력부족 문제 등 상시감사 체계를 꾸리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크다.
교육부가 이전 감사에서 시정요구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유치원과 비리 신고가 접수된 유치원, 대규모·고액 유치원을 우선 골라 '핀셋 종합감사'를 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유치원에 대한 감사는 일차적인 관리·감독 권한을 갖는 각 시·도 교육청이 진행해 왔다.
감사 관행은 제각각이었다. 일부 지역은 문제가 된 사례만 골라서 들여다보는 사안 감사를 주로 하고, 다른 지역은 종합감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식이다.
지역별로 유치원 숫자나 국공립·사립유치원 비율 등이 다른 데다 대부분 감사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각 시·도 교육청은 누리과정 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약 2천100곳에 대해서만 감사를 벌였다. 전체 유치원의 23% 수준이다.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이 속도로 전국 모든 유치원을 감사할 경우 20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학부모들은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부가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 들기 어려운 것도 결국 감사인력의 한계가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역 교육계와 정치권에 뿌리 깊은 유치원 원장들의 '입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선출직인 국회의원과 교육감들이 '표밭'인 지역구에서 큰 영향력을 갖는 유치원 원장들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육계·정치권 인사들이 아예 유치원과 유착돼 있다는 의혹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2012년에는 임혜경 당시 부산교육감이 광주의 한 의상실에서 부산지역 사립유치원 원장 2명으로부터 원피스와 재킷 등 180만원 상당의 옷 3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검찰수사를 받았다.
신학용 전 국회의원의 경우 사립유치원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대가로 2013년 출판기념회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 3천여만원을 받았다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치원 업계가 교육계 관계자들에게 행사하는 입김에 대해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유치원과 유착 의혹이 있는 인력은 감사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이런 의혹이 있는 인력을 배제하고 감사인력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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