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 물클러스터 위탁기관 선정 의혹, 사실이면 범죄다

대구시 물산업클러스터 위탁운영기관 선정에 환경부가 한국환경공단을 부당하게 밀어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환경부가 자기 부처 퇴직자 출신이 대거 포진한 한국환경공단에 유리하도록 선정 심사결과를 왜곡했다는 것인데, 요즘 시대에도 이런 구태가 벌어질 수 있는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제보자에 따르면 환경부가 환경공단을 밀어주기 위해 심사 당일에 평가 항목을 수정했다고 한다. 그것으로 부족했던지, 위탁운영기관 선정에 유력했던 한국수자원공사의 제안서까지 빼돌려 환경공단에서 반박 자료를 만들게 한 의혹도 있다고 하니 정부 부처의 도덕성이 이 정도로 무너졌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환경공단이 무능한 공기업임에도, 위탁운영기관에 선정됐다는 점에서 환경부의 개입 의혹을 뒷받침해준다. 환경공단은 올해 공공기관 평가에서 ‘미흡’인 D등급에 이어 기관장 경고까지 받았고, 주요 사업은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그런데도, 7월 종합심사에서 기관평가 A등급의 한국수자원공사를 제쳤다고 하니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결과다.

환경부의 이런 의혹 배경은 환경부 퇴직자들이 환경공단 고위직에 대거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시와 정치권이 지역 경제를 위해 물클러스터를 기획·유치하는데 수고를 아끼지 않았는데, ‘환피아’(환경부+마피아)를 위한 잔치판으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어이가 없다. 제보자는 환경부가 물클러스터 성공 여부에는 관심 없고 자기 식구 챙겨줄 생각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으니 이런 정부 부처가 존재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환경부는 ‘개입하지 않았다’면서도 심사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환경부의 행태는 도덕성 실종 정도가 아니라 명백한 범죄행위다. 감사원은 감사를 벌여 사실을 밝혀야 한다. 대구의 미래 먹거리를 부실한 공기관에 맡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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