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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보수 적통 대구경북의 불편한 진실

이춘수 편집국 부국장
이춘수 편집국 부국장

보수 적통(嫡統)임을 자부하는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요즘 두 가지 딜레마에 빠졌다. 속내로 들어가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불길하고도 위험하다고 보기까지 한다. 그러나 부국강병과 산업화의 주역이라 여기고 있는 다수 시도민 이른바 보수 적통의 눈에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변화가 불안하다. 북 비핵화는 확실한 성과가 없는데 우리만 무장해제를 하면서 협상을 하는 것은 아닌지, 또 남북 교류가 많은 우려에도 예상 밖의 속도로 달려가는 것이 당황스럽다.

이런데도 현 정부의 실정과 보수층의 우려를 대변해야 할 정당은 무기력증에 빠졌다. 시도민들은 보수 정당의 재기 가능성에 회의감이 들면서 더 혼돈 상태다.

보수 적통의 첫 번째 딜레마는 남북 문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8일 바티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식 방북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세기의 역할 게임에 교황청까지 가세했다. 12억 명 이상의 신자가 있는 가톨릭 공동체의 수장이면서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한반도 비핵화·평화 협상의 흐름을 되돌릴 수 없게 하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현재 기류대로라면 교황의 방북을 적극 활용할 것이고, 체제 보장을 위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도 항복 문서를 건네지 않는 선에서 충실히 접근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런 모습대로 한반도 상황이 전개된다면 대구경북 시도민의 좌표는 어디에 그려야 할까? 고모부와 형제마저 처참하게 죽이는 공산 독재 정권을 붕괴시키는 대결정책을 구사해야 할까. 부국강병과 선진 경제 구축을 통한 압도적인 국력으로 흡수통일을 해야 하나.
이마저도 아니면 다수 국민의 바람(여론조사 통계)대로 '한반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냉철히 비판은 하되 큰 흐름에는 동의를 해주는 '유보적 지지'를 보내는 것이 합당할까? 참 좌표 설정이 쉽지 않은 시도민들의 딜레마다.

보수 정당 통합의 갈래를 두고도 시도민들의 압박과 선택이 필요하다. 현재 범(汎)보수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여당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빠른 시일 내에 통합의 길로 걸어가야 한다.

마침 한국당 지도부가 '보수 빅텐트'를 치고 있다. 여기엔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합류도 있지만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키플레이어다. 유 의원도 보수 통합에 의견을 같이하고 그 중심이 한국당일 경우 입당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명분을 만들고 때가 되면 입당한다는 것이 지인들의 전언이다.

이때 진박(眞朴)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소수로 남았지만 지역 진박들도 반발할 것이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여의치 않을 경우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깃발을 들고 진박,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 등이 함께 새로운 당을 만드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보수 정당이 '적폐 보수'가 아닌 민의와 변화된 환경에 맞추어 좀 더 광범위한 보수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 진보 정당에 강력히 대응할 수 있는 대안 정당으로 재건될 수 있도록 대구경북 보수층도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두 번째 딜레마도 쉽지 않은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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