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이끌고 갈 정치적 선언
조약 발효에 필수적인 조항 없어
북핵문제 진전 전혀 없는 현 상황
종전선언은 우리가 할 약속 아냐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에 대한 정부, 여당의 압력이 거세다. 정부, 여당은 국회 비준 동의 요청 근거로 두 가지를 든다. 첫째로는 남북관계 합의 사항을 정권 교체에 관계없이 이행해 나가도록 하기 위한 정치적 필요성을, 두 번째로는 동 선언이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상 국회의 비준 동의를 요하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우선,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이행해 나가야 할 합의 사항이라면, 추진 과정에서 공론화 과정 내지 야당과 최소한의 협의 과정이라도 거쳤어야 한다. 정부 여당의 태도는 일방적으로 합의한 선언에 대하여, '당신네들이 정권 잡더라도 이 합의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하라고 다그치는 격이다. 선언문 내용을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동 선언은 작금의 한반도 위기 상황을 초래한 북핵문제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선언문 마지막 항 말미에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는 것이 전부다. 과거 6자 회담에서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와 '모든 핵시설 불능화와 검증'까지 약속하고도 6차에 걸친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이다.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은 미국과의 긴밀한 조율하에 북핵 폐기 단계에서 북한에 제공할 반대급부이지, 북핵문제에 진전이 전혀 없는 현 상황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약속할 사항이 아니다.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안보리 결의 2397호는 기계류, 산업장비, 운송수단 등의 대북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남북관계발전법상 '남북합의서' 문제를 살펴보자. 본디 조약의 체결 및 비준에 관한 업무는 외교부 소관이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임을 감안, 남북합의서 체결 및 비준에 관한 업무는 2005년 12월 법제정을 통해 통일부 소관으로 하였다. 그러나 절차는 조약체결 절차를 그대로 준용하고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발전법이 규율하는 '남북 합의서'는 쉽게 말해서 '남북 간 조약'을 의미한다. 그러나 판문점선언은 남북 양 정상이 남북관계를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표현한 정치적 선언 내지 신사협정이지 '남북 간 조약'이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첫째, 조약에 '선언'이라는 제목을 사용하지 않는다. 둘째, 법적 권리, 의무 관계를 설정하는 조약에는 합의 사항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판문점 선언과 같이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거나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셋째, 조약에는 권리, 의무 관계 발생 방법과 시점을 규정하는 발효 조항이 필수적이나, 판문점 선언에는 이러한 조항이 없다. 결국, 판문점 선언은 내용이나 형식, 모든 면에서 남북 간의 조약, 즉 남북관계발전법상 '남북 합의서'에 해당되지 않으며, 따라서 비준 대상이 될 수 없다.
백 번 양보해서 동 선언이 비준 대상인 '남북합의서'에 해당된다고 가정해보자. 정부는 9월 11일 국회에 제출한 비준 동의안에서 판문점선언 이행과 관련된 비용으로 2019년 소요 예산 4천712억원을 명시했다. 총 소요 예산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추산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항간에는 총 소요 비용이 최소 50조원에서 최대 15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돈다. 정부가 소요 예산을 추산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막연한 문서에 대하여 국회의 동의를 요구한다는 것은, 헌법 75조가 금하고 있는 포괄적 백지위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비준 대상이 되지 않는 문서를 제시하며, 헌법에 반하는 포괄적 백지위임을 요구하는 비준 동의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국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장동희, 경북대 초빙교수/전 주핀란드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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