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1월 미국과 소련이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termediate Range Nuclear Forces Treaty·INF)은 냉전시대 군비경쟁의 종식을 이끌어낸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사정거리 500~5천㎞의 중단거리 핵미사일과 발사대 및 보조 장비를 모두 폐기하기로 함으로써 냉전이 열전(熱戰)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이 조약 체결의 원인 제공자는 소련이었다. 소련은 1975~1976년 동독과 체코 등에 사정거리 5천㎞의 신형 핵미사일 SS-20을 배치했다. 이로써 서유럽 전체가 소련의 핵 공격 사정권 내에 들게 됐다. 이는 1972년 5월 미국과 체결한 전략무기제한협정(SALT)의 빈틈을 이용해 서방 진영에 한 방 먹인 것이었다. SALT는 중거리 핵미사일에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대응은 협상으로 4년 안에 SS-20의 철수를 이끌어내되 안되면 동일한 규모와 수준의 핵미사일을 배치한다는, 이른바 '이중 결의'(Double Track Decision)였다. 이를 주도한 이가 중도좌파인 서독 사민당 소속 헬무트 슈미트 총리였다.
그러나 협상은 성과가 없었다. 이에 따라 슈미트에 이어 총리가 된 기민당의 헬무트 콜은 슈미트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해 1983년 11월 최신예 미제 중거리 미사일 퍼싱-Ⅱ의 서독 배치를 결정했다. 이는 소련에 재앙이었다. 퍼싱-Ⅱ는 발사 7분 만에 모스크바에 도달하는데 당시 소련에는 이를 사전에 탐지할 경보체계도, 요격미사일도 없었다. 결국 소련은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INF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INF 탈퇴를 선언했다. 러시아가 INF를 위반해 유럽 전역을 위협하는 새로운 순항미사일을 배치하고, 중국이 조약체결국이 아니라는 점을 이용해 마음대로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의 선언이 실행에 옮겨지면 미국 러시아 중국의 군비경쟁 가속화는 물론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할 핑계를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INF 탈퇴가 북핵 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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