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역에 내려와 지역 농산물에 눈길도 안 준 공공기관

공공기관들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구매에 지극히 인색하다고 한다. 농산물직거래법 시행에 따라 공공기관이 마땅하게 지역 농산물을 구매해야 함에도, 실적이 전혀 없거나 미미하다고 하니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지역 농산물 홀대는 법 준수 여부를 떠나, 공공기관 사이에 만연한 ‘지역 무시’ 내지는 ‘지역 패싱’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김종회 의원(민주평화당)의 ‘2017년 공공기관별 지역 농산물 구매 실적’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333개 공공기관 가운데 122개(37%) 기관만이 지역 농산물을 구매했다. 전체 구매 금액이 139억원에 불과한 만큼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구·김천 혁신도시 등에 이전한 공공기관의 구매 실적도 극히 저조해 ‘무늬만 지역기업’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지역의 6개 공공기관은 구매 실적이 전혀 없었고, 12개 공공기관은 총 구매액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들 기관은 예산 핑계를 대지만, 경북대병원과 한국도로공사가 지역 농산물을 대거 구입한 것을 보면 결국에는 공공기관의 의지 문제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지역 농산물 홀대 사례에서 보듯, 공공기관들은 가능하면 지역과 연관을 맺기 싫어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지역 인재 채용만 해도 매년 국감 때마다 숱하게 지적을 받았음에도, 계속 미적대면서 아직까지 정부 권고안 35%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구 혁신도시에 자리 잡은 한국가스공사가 최근 3년간 발주한 455건의 공사 가운데 대구 기업의 몫은 6건에 불과할 정도로, 공공기관의 지역 기여도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 공공기관은 청사만 지역에 두고 마음은 수도권을 향하고 있으니 지역 상생이란 말조차 부끄럽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공공기관 평가에 지역 기여도를 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관련 법률 제정 및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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