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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의 아이돌 탐구생활] '더 이스트라이트사태'로 보는 매니지먼트계의 적폐

보이밴드
보이밴드 '더 이스트라이트'의 이석철 군이 19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 회관에서 소속사 프로듀서 등의 멤버 폭행 피해 관련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겉으로만 보면 우리나라 연예 산업은 고도화돼 있고 체계화돼 있어 보인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연예인의 '매니지먼트'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하던 시절이었다. 음반사나 기획사의 전횡으로 가수는 제대로 된 정산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심지어는 폭행도 서슴없이 저질러졌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지금의 아이돌 시스템을 확립시킨 SM엔터테인먼트의 등장과 2000년대 이후 동방신기의 '노예계약' 논란으로 인해 업계에 표준계약서가 도입되고 나서부턴 이제서야 연예업계도 '산업'이란 말을 붙일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더 이스트라이트 사건'으로 인해 아이돌 바닥이 아직도 예전의 폐단이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더 이스트라이트'라는 팀을 소개해야겠다. 더 이스트라이트는 10대 소년 6명이 모여서 만든 보이밴드로, 드럼과 디제잉을 담당하는 이석철을 리더로, 이승현(베이스), 김준욱(기타), 이은성(보컬, 건반), 정사강, 이우진(이하 보컬)이 멤버로 있다. 이 중 이우진은 지난해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최연소 출연자이기도 했다. 이 밴드의 소속사는 '미디어라인'이며 소속사 사장은 '김창환'이다.

지난 19일 밴드의 리더인 이석철은 기자회견을 열고 "밴드의 프로듀서인 A씨가 자신과 밴드 멤버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아왔으며, 사장인 김창환은 이를 방조했다"는 내용을 폭로한다. 소속사 미디어라인 측은 "폭행이 있었던 건 사실이며 이 때문에 프로듀서 A씨는 사표를 제출, 수리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디어라인은 23일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 모두와 계약을 해지해버렸다.

김창환이라는 이름은 90년대 댄스음악을 들었던 사람이라면 지나치기 어려운 이름이다. 박미경, 신승훈, 김건모, 클론을 키운, 그야말로 '90년대 댄스음악의 대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도 시류를 따라가기 힘들었는지 채연 이후로 이렇다 할 히트 가수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문제는 나름 절치부심해 준비한 더 이스트라이트를 자기 손으로 망쳐버렸다는 점이다.

예전부터 그는 가수들의 노래를 가르칠 때 틀리면 30㎝ 방안자로 손등을 때리는 걸로 유명했다(이는 예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채연이 공개한 사실을 본인이 인정한 바 있다). 노래에 관해서는 엄격하게 가르쳤던 걸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이번처럼 야구방망이로 20대를 때렸다거나 기타줄로 목을 졸랐다는 식의 폭행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더 이스트라이트는 멤버 하나하나가 자기 분야에서 영재성을 지니고 있는 10대들이다. 이런 영재성을 고릿적 방식으로 다루니 당연히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창환은 이 사건을 통해 어쩔 수 없는 '옛날 사람'임을 인증했다. 시류에 따라가지 못해 히트곡을 만들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성 없이 옛날 식으로 지금의 영재를 키우려 했던 태도는 본인을 결국 가요계의 '적폐'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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