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 서쪽을 흐르는 물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달서천이다. 지금은 이 물길을 거의 눈으로 볼 수 없다. 1960년대부터 복개 작업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콘크리트 도로 밑을 흐르기 때문이다. 서구 평리교에서 염색산업단지 옆을 지나 금호강과 만나는 2㎞가량이 마지막 남은 달서천의 흔적이다.
복개 이전 달서천변 풍경은 꽤 목가적이다. 1960년대 초반에 찍은 사진들을 보면 달서천은 대구 서쪽에 사는 주민의 빨래터였다. 높은 하천 둑은 산책로이자 자전거길 구실을 했다. 하천을 따라 수양 버드나무가 길게 가지를 늘어뜨린 해 질 녘 천변 풍경과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빛바랜 흑백사진에 박제처럼 남아 있다.
달서천은 달성 토성 동쪽의 자연 해자(垓子) 구실도 했다. 대구읍성이 헐리기 전인 1903년 대구 읍성 지도를 보면 현 서문시장 부근 천왕당못에서 흘러나온 달서천 물길은 달성 토성을 휘감고 북서쪽으로 흐른다. 토성 위 우뚝 선 경상감영의 정문이었던 관풍루(觀風樓)에서 벼랑 아래로 내려다보이던 달서천 풍경 또한 흔치 않은 볼거리이었을 것이다.
달서천의 또 다른 그림자는 철로다. 금호강 철교를 건너서며 서대구를 지나는 경부선 철도는 철로 북쪽을 나란히 흐르는 달서천과 이웃한다. 철로 밑에 뚫린 지하차도와 달서천에 놓인 크고 작은 다리를 건너던 서구 주민의 옛 일상이 기억에 또렷하다. 경부선 철도는 교통의 동맥이면서도 오랫동안 대구 서부권 발전의 장애물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5년이 넘게 잠잠하던 서대구 고속철도역 건설과 대구권 광역철도 사업이 드디어 기지개를 켜고 있어서다. 서대구역은 낙후된 대구 서부권 도심 재생의 기폭제로 서구의 숙원사업이다. 최근 서대구 고속철도역 건립 등 총사업비 심의가 기획재정부를 통과해 연내 착공 가능성도 커졌다는 보도다.
앞으로 서구도 빠르게 변할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가슴에 무언가 응어리진 채 답답함이 남는다. 달서천이다. 복개 공사로 시민의 눈에서 물길이 사라진 지 벌써 15년. 도시공간의 핵심 요소인 하천이 사라진 그 삭막한 풍경 위에 아쉬움이 짙게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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