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중 문화소외계층을 찾아가 다양한 문화예술 향유 및 참여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문화 향유권 신장과 양극화 해소에 기여를 목적으로 한 '신나는 예술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 안무와 무용수로 참여하게 되어 대구를 비롯해 전국 각지로 돌아다녔다. 장소도 기차역, 아파트 단지, 사회복지관, 공단, 폐수처리장, 일반 도로 등 제각각이었다. 무용은 춤출 수 있는 공간과 무대바닥이 중요한데, 무대가 아니다보니 넘어지기도 했다. 때로는 신발 밑창이 떨어지기도 했고, 얇은 옷에 무대가 아닌 곳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돈을 주고 가시는 분도 계셨다. 공연이 끝나면 연신 손을 잡고 좋다고 인사해주시는 분들, 음료수나 간식을 챙겨주시며 고마워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공연이 끝났는데도 관객이 떠나질 않아 난감하기도 했던 적도 있다.
8회차 공연은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진행됐다. 때 마침 그 동네에 잘 아는 무용하는 언니가 있어, 공연을 보러 오라고 청했다. 그 언니는 10여 년 동안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한국에 돌아온 지가 4~5년 정도 됐다. '어떤 공연을 하냐'고 묻길래,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공연"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 동네에 소외지역이 있는가?" 반문하는 그녀에게 "언니! 좋은 아파트에 살아도 애기 때문에 공연 못보러 가는 언니 같은 사람이 문화소외 계층이야"라고 대꾸했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알 것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밥 먹을 시간도 없는데, 아이를 맡겨두고 공연을 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극장 공연이 대부분 8세 이상이고, 어린이 공연도 36개월 이상이다. 36개월 이하는 무료인 공연도 꽤 있다. 아이는 안기거나 업혀서 봐야 하기 대문에 무료지만, 공연장을 가게 되면 부모와 아이 모두가 지쳐 오기가 일쑤다.
스페인의 '말루말루가'라는 무용단이 있다. 그 무용단의 대표적인 작품 중에 '내 아이는 여왕' 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오직 36개월 이하의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관람하는 공연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면서, 무대에서 함께 움직이기도 하고 춤도 춘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신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거주하는 위치로 많은 것을 구분하는 것이 대한민국이지만, 문화소외는 거주위치와 관계가 없을 때가 많다. 돌봐야 할 누군가가 있어서, 생활패턴과 공연시간이 맞지 않아서, 공연계에 종사하지만 자신의 연습과 공연들로 다른 공연을 보러갈 수 없는 사람들 또한 문화소외자일 수 있다. 장소로 구분되는 소외지역이 아니라 특정 소외계층을 위한 공연의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스페인 '말루말루가 무용단'처럼 엄마와 아이를 위한 멋진 무용공연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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