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순위 30위권의 대기업 계열사가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전2호기 공사 입찰에서 경쟁사와 담합했다가 적발돼 6개월간 입찰 자격을 잃었다. 해당 기업은 “8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며 제재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한재봉)는 최근 변압기 생산업체인 LS산전이 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한수원은 2013년 고리원전 2호기에 쓰일 '비상전원공급용 승압변압기'를 구매하는 입찰 공고를 냈다. 입찰 예정가격은 3억7천만원으로 LS산전과 경쟁사 등 2곳이 참여했고, 경쟁사가 3억6천300만원에 낙찰을 받았다.
문제는 올 2월 LS산전이 이른바 ‘들러리’로 입찰에 참가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면서 불거졌다. 공정위는 LS산전과 경쟁사에게 각각 1천100만원과 2천9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고, 한수원도 6개월간 입찰자격을 제한했다.
LS산전측은 “평소 친분이 있는 경쟁사의 부탁을 받은 직원이 법인 인감을 무단으로 날인해 입찰에 참가했을 뿐 공사규모가 작고 수익성이 낮아 입찰 참여 의사가 없었다”고 항변하고, "입찰 제한 처분으로 손실 규모가 8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법인 인감을 사용하려면 임원 결재가 반드시 필요하고, 담합을 주도한 직원이 가장 가벼운 징계인 견책 처분을 받는 등 회사가 담합 행위에 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결함이 생길 경우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우려되는 원전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방지하려는 제재 처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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