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에서 230병상 규모의 정신건강의학과병원을 운영하는 서우영 원장은 “매년 이맘 때가 되면 속이 타들어간다”고 했다. 매년 11월만 되면 정부의 의료급여 지급이 수개월씩 지연되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등 의료급여 환자가 70~80%를 차지하는 이 병원은 정부의 의료급여 지급이 늦어질 때마다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는다.
서 원장은 “매달 3억원 정도 의료급여가 들어와야 하는데 올해는 9월부터 내년초까지 4개월분이 묶였다”면서 “연말이면 10억원에 가까운 미수금이 쌓일텐데 개인사업자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의 잘못된 예산 편성으로 직원급여도 체불하는 악덕 고용주가 될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소득층과 국가유공자 등에게 국가가 진료비를 대신 내주는‘의료급여’가 만성적인 예산 고갈로 말썽을 빚고 있다. 매년 하반기만 되면 예산이 바닥나는 탓에 보험급여를 제때 받지 못한 병원들이 경영난을 호소하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특히 알코올의존증 등 의료급여 환자 비중이 높은 정신건강의학과 병원들은 수개월 간 대출과 외상 거래로 병원을 유지해야 하는 형편이다.
달성군에 있는 360병상 규모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병원도 이달부터 의료급여 지급이 중단되면서 곤란을 겪고 있다. 환자 중 의료급여 대상자가 75%나 돼 매달 5억~6억원을 받아야 하지만 예산이 고갈되면 일방적으로 지급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병원 관계자는 “이듬해 초까지 4개월동안 외상거래를 해야 한다. 식자재공급업체 등의 대금결제도 어렵고 직원 급여를 주려면 대출까지 받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의료기관들의 원성은 높지만 의료급여 지급 지연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료급여 미지급금 발생시기는 2016년에는 12월이었지만 올해는 10월로 두달이나 앞당겨졌다. 올해 미지급금 규모도 사상 최대인 7천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의료급여 환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의료급여 환자를 기피하거나 소극적으로 진료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어서다. 대구의 의료급여 수급자 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국가유공자 등 9만8천 명에 달한다.
정의원은 “의료급여 미지급금이 매년 발생하는데도 보건복지부는 재정절감분을 반영한다며 최대 3천억원의 예산을 스스로 삭감하고 있다”며 “뒤늦게 지급된 미지급금을 이자도 없이 원금만 돌려주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추경 예산으로 의료급여 미지급분 지급시기를 앞당기는 한편, 내년에는 예산을 1조원 가량 증액해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