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경부, 심사과정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점들… 환경부는 도대체 왜 이런 무리수를 뒀나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업단지에 조성 중인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업단지에 조성 중인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환경부가 대구 물산업클러스터 위탁기관을 환경공단으로 선정하는 심사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최종 심사 당일 채점방식을 뚜렷한 이유도 없이 바꾸는가 하면 당초 정해놓은 감점 규정도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환경부 이외의 다른 중앙부처 관계자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환경부, 심사 이렇게 해도 되나?

정부세종청사 한 부처 서기관은 "최종 심사 당일에 평가방법이나 채점방식을 정하거나 바꾸는 일은 거의 없다. 이유가 아무리 타당한 것이라도 추후 감사에서 '왜 심사 당일에 기준을 바꿨느냐"고 100%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채점 방식을 심사 당일 변경하는 경우는 그야말로 이례적이라는 것이 관가의 한목소리다.

더욱이 점수차가 적어지는 상-중-하 방식으로 채점할 때는 '의견'을 달 수 있도록 규정한다는 게 중앙부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채점에는 '의견'이 달리지 않고 오직 상-중-하 방식으로만 평가가 진행됐다.

채점 방식이 변경됐는데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채점방식 변경을 제안한 평가위원이 누군지 모른다는 해명을 내놨다.

환경부는 당일 회의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어 '깜깜이' 평가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이는 결국 환경부의 '선배 챙기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탈락한 수자원공사는 올해 정부 조직 개편으로 물관리 업무가 기존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최근에야 환경부 산하 공기업이 됐다. 반면 환경공단은 환경부 출신이 포진해있다.

환경부 담당자는 관리번호란 누락에 대해 감점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강효상 의원실이 과정을 묻자 잘못도 시인했다.

감점을 규정대로 했다면 최종 선정 순위가 환경공단에서 수자원공사로 뒤바뀌는 사항인데 결국 감점을 하지 않은 만큼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대목이다.

지난 5월 15일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서 관계자들이 수처리 실증화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지난 5월 15일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서 관계자들이 수처리 실증화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처음부터 수자원 공사에게 불리한 구조

애초 이번 평가는 정부 조직 개편으로 올해 환경부 산하로 편입된 수자원공사에 불리한 구조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평가위원단 구성에 대한 공정성 의문과 동시에 정성평가 비중이 정량평가에 비해 많았던 거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계획에 따르면 10인 내외의 운영기관 선정을 위한 자문단을 구성하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위원은 추첨방식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3배수 자문단 풀을 구성하기 위해 30인 이상 평가위원으로 진행돼야 했으나 당일 실제 추첨은 27인만으로 이뤄지면서 추첨 풀이 축소됐다.

무엇보다 환경부는 외부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심사에 참여한 평가위원들이 외부 전문가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모두 환경부가 관리하는 외부 인력풀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물 관련 학계, 연구기관, 유사기관, 기업, 민간단체 등 환경부가 보유한 인력풀을 활용해 전문가를 자체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어 국토부에서 넘어온 수자원공사에 불리한 평가위원 구성이었다는 판단이다.

또한 평가항목에서 '정량평가'라고 명시된 항목은 '장비 및 시설'과 '면허 및 특허' 부분으로 점수는 모두 수자원공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비 및 시설' 항목에서 환경공단은 11.3점, 수자원공사는 11.4점으로 수자원공사가 0.1점 높았고, '면허 및 특허' 항목에서도 환경공단은 10.8점, 수자원공사는 11.5점으로 0.7점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경제성, 발전성, 적합성, 타당성 등 정성평가에 가까운 항목에서 환경공단이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