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대구는 맛있다"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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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내린 비에 뿌연 하늘이 말끔히 씻겼다.

비가 내린 뒤 '이 월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대구 야경은 맑은 물속을 들여다 보듯 선명해지고 멋들어지게 보인다. 그런 날 저녁 83타워 회전레스토랑에서 지인과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게 된다면 음식과 마음은 저절로 풍미(風味)로 채워질 것이다.

처음 대구에 둥지를 틀면서 맛집부터 수소문했다. 일의 특성상 푸드 얼리어답터를 자처하고 살아야 하기에 지역 핫플레이스라는 곳은 바로 달려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주변 분들에게 대구의 맛집을 소개해 달라고 하면 대부분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다른 곳에 비하면 대구에는 먹을 것이 별로 없어요"라며 제대로 된 맛집을 소개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대구 사람 특유의 무뚝뚝한 겸손함에서 그런 표현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5년 간, 나의 맛집 탐구생활을 살펴보면 대구에는 오감을 자극하는 식당과 예쁜 카페가 정말 많다. 대구의 맛집은 대구 음식 특유의 중독성 있는 맛뿐만 아니라 시대를 앞서가는 인테리어로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서울 강남의 이름난 식당과 비교해도 뒤 떨어지지 않을 만큼 예쁘고 감성을 자극한다. 맛은 멋과 어울려질 때 그 진가를 발휘하고 미각은 시각을 배경으로 완성되는데 그 정점에 대구가 있지 않을까?

대구하면 동인동 찜갈비만 있는 줄 알았다. 회사 가까운 곳에 있는 24시간 짬뽕집과 곱창전골 전문점은 적당히 매운 음식을 선호하는 나에게 대구의 맛을 느끼게 하는 첫 계기가 되었고, 동성로, 삼덕동등에서 만나는 베이커리는 빵의 메카는 대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만큼 훌륭했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치킨도 메이저급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도시가 대구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적도 있다.

얼마 전 라디오에서 '아메리카노'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아시나요? 인구수 대비 카페가 가장 많은 곳이 대구예요.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십센치'도 대구출신이구요"라는 아나운서 멘트가 귀에 들렸다. 한옥 까페, 갤러리 까페등 귀와 입을 즐겁게 하는 멋진 곳이 정말 많은 곳도 대구인 것 같다.

발 닿는 곳마다 늘어서 있는 자랑할 만한 맛집들과 멋진 카페들로 '대구의 밥상' 은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대구의 풍미를 즐기고 싶은 손님들을 전국에서, 아니 세계 곳곳에서 몰려들 수 있도록, 대구의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살거리를 하나의 문화로 엮어야 한다는 책임감 속에 오늘 하루도 분주하게 나의 탐구생활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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