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맘'에 이어 아이 앞의 장애물을 제거해 준다는 '잔디깎기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우리 부모들의 자식 사랑은 유별난 데가 있다. 과연 부모가 바라는 자녀는 어떤 모습일까? 한 마디로 말하면 미래의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자녀일 것이다. 그런 자녀로 기르기 위하여 학부모들은 모든 어려움을 감내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자식에 대한 지나친 사랑은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자기 의지대로 삶을 살아가는데 방해 요인이 되기도 한다. 몇 년 전 공익광고의 카피 내용 중 화제가 되었던 말이 있었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서 가라 합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아이들의 교육과 관련하여 얘기를 나눠보면 많은 사람들이 학부모보다는 부모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 내 아이와 관련된 문제에 부딪히면 부모보다는 학부모 입장에서, 전체의 아이보다는 내 아이만을 생각하는 학부모의 입장으로 바뀌는 것을 종종 본다. 그럴 때마다 '저렇게 하는 것이 진정 내 아이의 미래 행복을 위해 바람직한 것일까'에 대한 의문과 함께 씁쓸함이 앞선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우리 어른들이 살아온 사회에서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더 다양한 일들로 채워질 것이며, 나와는 다른 모습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공감하여 협력할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을 가진 사람만이 개인의 자아실현과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다양화의 예로 다문화 가정의 증가를 들 수 있다. 최근 국제결혼,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 등으로 인하여 초・중등학교에는 한국어 언어소통과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다문화 학생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학생 교육에 새로운 방향 정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다문화학생 비율이 2017 교육부 통계 자료 비율 3.1%보다 훨씬 높은 47%로 2015년(25%)보다 2배 정도 증가하는 등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이들은 언어 소통과 문화 이해 등 다소의 어려움은 있지만 어색함과 두려움 없이 함께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는 다문화 학생으로 인하여 혹시나 내 아이가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필자가 어렸을 때에도 주변에는 행동이 좀 과한 친구, 마음이 여린 친구, 공부를 잘하는 친구, 공부를 못하는 친구 등 다양한 친구들이 있었고, 그들과 어울려 놀면서 때로는 편을 갈라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모임에서 소외받기도 하였지만 누구의 도움도 아닌 스스로 그 상황을 조절하고 극복해 가면서 성장했다.
지금 학생들도 생각이나 행동 방식이 다른 친구가 있고, 그들과의 어울림 속에서 때로는 다투거나 상처를 받기도 하는 등 관계맺음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다문화 학생이라고 별반 다를 바는 없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안타깝고 속상하며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 주고 싶은 마음도 일어날 것이다. 그렇더라도 지나친 간섭이나 감정 표현보다는 좀 더 멀리서 지켜보며 자녀가 스스로 그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부모로서의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특히 중도입국을 포함한 다문화 학생들이 적응하고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다름을 인정하고 즐겁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면 미래 글로벌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의 활동 무대는 그 만큼 더 넓어지고 밝아지리라 생각된다.
서로 다른 악기가 어울려 멋진 어울림의 소리를 빚어내는 오케스트라처럼 내 것만을 고집하고 내 아이만 생각하는 학부모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할 줄 하는 어울림 세상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믿고 지지해 주는 글로벌 부모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정병우(대구신당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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