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양손에 들고 지나간 몇 년을 되돌아본다. 그동안 인터넷을 통하여 손 안으로 들어온 세상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명성의 커피들도 마음껏 즐기며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이 복잡하고 어려워졌다고 하여도 다양한 기회가 우리 앞에 열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제는 각자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할 뿐이다.
커피 맛을 찾아가는 것도 그렇다. 전문점은 스타벅스, 커피빈, 카페베네, 탐앤탐스, 엔제리너스…등으로 늘어만 가며 그런 곳마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 카페모카, 콜드브루, 더치커피, 화이트모카, 바닐라라테, 카라멜마키아또 등의 메뉴가 깔려있다. 끝없이 많지만 사람들은 의외로 자신의 커피를 쉽게 찾아가는 것 같다.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찬란한 조명아래 번쩍이는 커피머신 옆에서 "주문은 무엇으로 하실래요?"라는 세련된 점원의 질문에 "뭐하면 좋을까요?"나 "어떤 커피가 좋은가요?" 라고 주눅이 들어 되물어 본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아메리카노를 많이 찾아요" 라든가 "요즘 라떼가 인기 있어요." 또는 "콜드브루는 신상품 행사라서 할인하는데 어떠세요?"등과 같은 점원의 대응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기가 있다고 해서 맛있다는 보장도 없었고, 행사도, 할인도, 신상품도 나의 희망사항과 별 관계가 없었다. 그저 만들기 편하거나 팔고 남은 커피를 권했을 수도 있었다. "저는 이걸로 주세요."라고 말하지 않았기에 초래된 결과였다.
평생을 불도저처럼 일해 온 많은 직장인들이 말한다. 왜 시작했는지, 왜 달렸는지, 갈수록 그 끝이 어딘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며 이제라도 인생을 다시 살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최근에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수필집이 지친 직장인들의 인생을 다시 안내하는 매뉴얼로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분명히 남들이 좋다는 직업도 그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길이였다면 후회되기 마련인 것이다.
인생에서도 누구나 "무엇으로 하실래요?"라는 질문에 익숙해져 있다. "어느 대학에 가고 싶은가?" "전공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지금 만나는 사람과 결혼 할 것인가?" "어떤 직업이 좋은가?" "이제부터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어렵더라도 "저는 이렇게 하고 싶어요."라고 해야만 각자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야만 원하는 일을 하면서 진정으로 기다렸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기껏해야 10여개 브랜드 20가지 정도의 종류 가운데서 선택하는 커피도 그래야 만족할 수 있을 것인데, 수만 가지의 직업 중에서의 선택은 더욱 그럴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질문과 대응이 커피와 직업을 좌우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선택을 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그렇다고 타인의 추천만으로 선택해서는 갈수록 허전함만 남을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아메리카노처럼 일반적인 직업으로 시작해볼 것인가? 방울 방울 쌓아가는 더치커피처럼 만들어가는 직장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세상 최고의 커피라며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아끼는 예가체프나 시다모와 같이 고유의 산미와 존재의 바디감이 느껴지는 커피와 같은 나만의 천직을 찾아 나설 것인가? 진정으로 원하는 직업을 결정하는 일이 心쿵Job 발견의 시작이다.
계명문화대 컴퓨터학부 교수, 평생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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