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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 35년 만에 다시 재판

피해자들 "고문하며 자백 강요…진실 규명해야"

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고. 매일신문 DB
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고. 매일신문 DB

1983년 발생한 '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에 대한 재심이 25일 시작됐다.

대구지법 형사2단독 장미옥 판사 심리로 열린 재심 첫 재판은 피고인들 신원 확인과 검사의 공소요지 설명 등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현저한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시위를 예비하거나 불온 서적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피고인들 변호사는 "당시 수사기관이 피고인들을 미문화원 폭파사건 용의자로 조사하다가 혐의가 드러나지 않자 허위 자백을 받아 기소한 사건으로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2일 오전 열린다.

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은 1983년 9월 22일 오후 9시 30분께 대구시 중구 삼덕동 미국문화원(현 경북대병원 건너편) 앞에 있던 가방에서 폭발물이 터지면서 발생했다. 이 폭발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당시 합동수사본부는 경북대 학생이던 박종덕(59)씨 등 5명을 용의자로 지목했다가 국가보안법 등 죄목으로 구속했다. 이후 이들은 모두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박씨 등 5명은 2013년 "당시 자백을 강요당하는 등 인권을 침해받았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박씨 등을 심문한 뒤 2016년 3월 재심 개시를 확정했다. 그러나 검찰은 항고했고 이를 기각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재심 시작이 늦어졌다.

대구경북민주화사업회와 4·9인혁재단 등 지역 인권·시민단체들은 재심 첫 재판 시작 1시간 여를 앞두고 대구지법 앞에서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사건 당시 박종덕 등 5명은 미문화원 폭파 사건과 전혀 관계없이 반국가단체 고무·찬양·동조죄 등으로 구속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고문기술자로 알려진 이근안이 대구로 와서 출장 고문을 하는 등 30일 동안 불법 구감한 상태에서 고문으로 자백을 강요하고 인권을 침해한 반인권적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손호만(60)씨는 기자회견에서 "사건 당일 대구에 없었던 나를 2주 이상 고문하면서 자백을 강요했고, 별다른 심리도 없이 재판을 끝냈다"며 "미 문화원 폭파사건에 대한 재심이 그 당시를 전후해 있었던 수많은 용공 조작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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