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영화 '스타워즈'는 왜 우리나라에서 그리 큰 인기를 못 얻는 걸까? "아닌데?"라고 반문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제법 나이 지긋한 어른일 가능성이 크다. 처음 나왔던 4탄 '새로운 희망'으로 꼬드겨 스타워즈의 세계로 발을 디딘 사람이 있지만, 그 또한 최근 신작 시리즈를 봤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 점점 갈수록 스타워즈의 가상 역사가 산으로 간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애어른은 오늘도 스타워즈 장난감을 갖고 논다. 영화 속 우주선 모형을 만지작거리면 심심하지만, 박종규의 작품을 그 배경으로 삼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건 제국군의 공세를 막으려고 반란군의 X윙, Y윙 편대가 데스스타의 약점을 파고들던 장면을 재현하는 놀이다. 전투기들이 피칭을 거듭하며 스피드를 내던 장면은 바코드 모양 그림 앞에서, 전투기 편대가 롤링하며 정지 시점을 체감케 하던 장면은 도트 모양 작품 앞에서 실감나는 모양을 낸다.
왜 영화에선 엄청난 적 기지가 허술한 환풍기 구멍 때문에 끝장났을까? 그래야 영화가 끝난다는 이유 말고는 없다. 데스스타의 겉면엔 왜 무수한 창문들이 점처럼 박혀있을까? 뭔가 그래야 실감날 것 같아서였겠지. 그런 인공별이 정말 있다면, 영화 같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럼 박종규의 회화나 미디어아트에 그어진 바코드와 점들은 무슨 의미를 가질까? 내가 보기엔 별 의미가 없다. 있다면 그냥 그럴 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감각의 측면에서 점과 선의 위치를 디자인했는데, 그 이미지를 보는 사람들은 온갖 추측을 짜낸다.
이번 전시에서 박종규의 작품은 포스트 미니멀리즘으로 개념이 묶였다. 많은 예술가들은 자기 작업이 일정한 정의로 묶이는 걸 꺼린다. 아무개의 영향권에 있다는 평가를 싫어하고, 새로운 의미로 정의되는 걸 반긴다. 그게 산뜻한 단어일수록 환영받는다. S.F영화인 스타워즈 또한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거창한 장르 이름이 붙여졌지 않나. 30년 전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에서도 그랬지만, post가 '이후'냐 '벗어남'이냐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처럼 덜 유식한 사람들이 보기엔 그게 그거 같다. 전자회로기판 구멍에서 철학을 사유하는 건 좋지만, 그 미술비평가들이 이차방정식조차 못 풀면서 노드(node) 개념으로 그림을 해석한다면 그건 스노비즘이다. 혹시 작가는 그런 상황을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즐기고 있는 건 아닐까?
(윤규홍, 갤러리 분도 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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