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연기념물 산양 치유센터 울진군 건립 포기

‘매년 수억원 상당 운영비 부담스럽다’ 문화재청에 포기 의사 전달
토지 무상 제공하고 국가 직영 관리기관 신설 건의키로

지난해 겨울 울진에서 포착된 산양의 모습. 멸종위기종인 산양은 국내 최대 개체 수가 울진 등지에 서식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진군 제공
지난해 겨울 울진에서 포착된 산양의 모습. 멸종위기종인 산양은 국내 최대 개체 수가 울진 등지에 서식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진군 제공

멸종위기종 산양을 보호·치유하기 위해 추진되던 울진산양치유센터(가칭) 건립 사업이 울진군의 포기로 결국 무산됐다.

울진군은 최근 문화재청에 공문을 보내 '국비 예산이 건립 예상 비용에 비해 너무 부족하고, 매년 운영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여 센터 건립을 포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산양은 지난 1968년 11월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지정됐다.

울진과 봉화, 강원 삼척 등지에 국내 최대 개체 수인 100마리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껏 정확한 개체 연구도, 이렇다 할 보호시설도 없어 매년 여러 마리의 산양이 굶어죽거나 차에 치어 목숨을 잃고 있다.

울진군 등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현재까지 8년간 울진지역에서 43마리의 산양 사체가 발견됐다. 또 같은 기간 16마리의 산양이 탈진상태에서 구조됐지만 이 중 12마리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죽었다.

울진군은 폐사되는 산양을 보호하고 개체 연구를 담당할 기관 설립을 위해 북면 구수곡휴양림 인근에 산양치유센터 예정 부지를 정한 뒤 지난 2014년부터 중앙부처의 문을 두드려 왔다. 이를 받아들여 문화재청이 지난해 1월 건립 허가를 내줬고, 현재 설계용역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사업비 총액과 향후 운영비 부담 등을 두고 문화재청과 울진군의 입장 차가 커 센터 건립은 처음부터 삐걱댔다. 문화재청은 치유시설과 연구기관 등 최소한의 용도만 갖추는 방식으로 총사업비 31억5천만원(국비 22억500만원·도비 2억8천350만원·군비 6억6천150만원)을 책정했다.

반면 울진군은 관광지원시설 및 계류시설 등의 추가 건립이 필요하다며 별도 용역을 통해 45억5천만원의 사업비를 예상했다.

또 문화재청은 시설 유지를 위해 필요한 운영비를 연간 1천만원 이하로만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혀 연간 6억~8억원 정도의 운영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울진군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울진군은 센터 건립을 포기하고 예정 부지를 무상 제공하는 대신 국가가 관련 시설을 건립하고 직접 운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울진군 관계자는 "멸종위기 생물을 보호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울진의 청정 이미지도 높이려고 했지만 현재 상태로는 감당하기가 힘들어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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