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그저 행운과 우연이 낳은 운 좋은 생존자에 불과한가?"
진화론이 불편한 사람과 진화론이 궁금한 사람은 이를 설명하는 최상의 해설서인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미국과학진흥회의 과학대중참여상, 진화연구학회의 스티븐 제이 굴드 상에 빛나는 지은이가 오래된 진화론 vs 창조론 공방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담았다.
지은이는 "진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깊어질수록 세상은 더욱 경이롭고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는 진화론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여기지 않고, 그들의 불안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이해하려 노력한다. 더불어 진화라는 객관적인 사실을 깊이 이해하면 할수록 유구한 진화의 역사 속에서 인류가 차지한 위치가 얼마나 숭고한지 깨닫게 된다고 역설한다.

진화론에 대한 거부감은 인간의 우월한 자유의지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예술, 윤리, 사회, 의식 등 인간 본성이 단순히 진화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에 불과하다는 진화심리학의 주장은 일부 사람들에게 정서적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진화의 법칙 속에는 우주에서 인간의 자리를 특별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아무리 봐도 없지만, 지은이는 이 사실이 결코 인간의 삶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이는 과학과 종교가 우주와 그 안에 인간의 자리를 이해한다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함께 갈 수 있다는 지은이의 신념과도 이어진다. 사실 이 책의 지은이 케네스 밀러는 생물학 교수인 동시에 가톨릭 신자다. 이런 배경 때문에 그는 진화의 역사를 바탕으로 그 속에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자유의지'라는 인문학적 가치를 절묘하게 조화시키고 있다.
이 책은 과학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적 언급이 풍부하다. 과거와 현대의 문학작품, 철학고전, 과학 관련 명저 등을 고루 언급하면서 박학다식함과 치우침 없는 지은이의 폭넓은 교양이 돋보인다.
제1장 '숭고한 비전'에서는 인간의 자리를 정의해주던 이야기를 잃은 현대인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을 이야기하며, 다윈의 '종의 기원'이 갖는 특별함을 언급한다. 지은이는 다윈 역시 각각의 생명체가 고유하게 창조된 것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선형적으로 진화해왔다는 사실에 일종의 숭고함을 부여한다고 해석했다.
이 책의 주제와도 맥락을 같이하는 진화론에 대한 반감은 의외로 진화론 자체의 합리성과는 관련이 없는 편이다. 오히려 다윈이 염려한 대로, 그 반감은 인간 존재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에 대한 불편한 감정에 가까운 것이다. 예를 들면, 1925년 7월 21일 미국 테네시주에 있었던 소위 '원숭이 재판'은 지식과 합리성을 갖춘 진화론과 무지하고 미신적인 기독교 근본주의의 충돌로 묘사되곤 한다. 당시 과학교사 존 스콥스는 진화론 교육을 금지한 테네시주 법률을 어기고,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인간을 원숭이의 후손이라고 가르칠 수 없다'는 내용의 버틀러법이 정말 막고 싶었던 것 역시 인간이 다른 온갖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생물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었다.
지은이의 마무리 멘트. "진화론은 아담의 죽음이 아니라 아담의 승리를 말해주고 있다. 진화론을 통해 우주에서 우리 인간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416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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