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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첫 동물화장장 재심의, 주민 반발로 무산…갈등 장기화하나

동물화장장 반대대책위, 서구청 2층 점거하고 농성

동물화장장 건축허가 심의가 예고된 26일 오전 동물화장장반대 대책위원회가 화장장 건설에 반대하며 항의하고 있다. 채원영 기자.
동물화장장 건축허가 심의가 예고된 26일 오전 동물화장장반대 대책위원회가 화장장 건설에 반대하며 항의하고 있다. 채원영 기자.

대구 서구 상리동에 들어설 예정이던 동물화장장 건축허가 심의가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적법한 동물화장장 허가 신청을 반려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주민들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동물화장장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6일 오전 서구청 도시계획위원회가 열 예정이던 동물화장장 건축허가 심의를 강하게 항의하며 저지했다. 대책위는 심의가 열릴 예정이던 회의실을 비롯해 부구청장실과 도시안전국장실을 막아섰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동물화장터를 심의하면 목숨 걸고 싸우겠다"고 외쳤다. 같은 시각, 서구청 앞에서도 상리동 주민 500여 명이 동물화장장 반대 집회를 열었다.

석휘영 대책위원장은 "동물화장장 부지 100m 앞에는 교육시설이 있고 건설 예정인 서대구고속철도역사와도 불과 1.2㎞ 떨어져 있다. 악취 등 환경오염에 의한 피해가 크게 우려되는 동물화장장이 상리동에 들어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서구청은 난감한 입장이다. 대법원은 최근 동물화장장 사업자 A씨가 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동물화장장 건축허가 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서구청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서구청은 재심의를 거쳐 결론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지만 주민 반발이 심해 허가 절차를 강행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사업자 A씨는 "이른 시일 내에 다시 심의를 개최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도 서구청 부구청장은 "주민과 건축주와의 간담회를 주선해 협의점을 찾고 공감대를 형성한 뒤 다시 도시계획위원회를 열 예정"이라고 했다.

주민 반발이 계속되면서 동물화장장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화장장 입지 관련 세부 기준이 없고, 건축 허가를 받은 뒤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만하면 운영할 수 있다. 지자체가 주민들의 주거환경권과 주변 입지 등을 고려해 화장장 입지를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강치구 서구청 건축주택과장은 "동물화장장 건설이 법적 하자가 없다고 하니 심의는 해야 하는데, 주민들 입장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동물장묘시설에 대한 법을 만들어 놓고 세부 기준은 없는 상황이어서 난처하다"고 했다.

한편 전국적으로 동물장묘업체는 29곳이 운영 중이며, 대구경북에는 청도에 1곳이 있다.

26일 오전 대구 서구청 앞에서 동물화장장반대 대책위원회가 화장장 건축허가 심의에 반발해 집회를 열고 있다. 채원영 기자.
26일 오전 대구 서구청 앞에서 동물화장장반대 대책위원회가 화장장 건축허가 심의에 반발해 집회를 열고 있다. 채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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