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문화콘텐츠의 역사는 곧 '수도권 집중'의 역사와 동의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2천749개 문화기반시설 중 약 37%(1천13개)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이 같은 악조건 틈에서도 대구가 '공연문화도시'로서 나름대로의 독자적 입지를 구축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대구의 대학로' 거듭난 옛 부도심
'공연문화 중심도시 대구'라는 표어가 이젠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매년 여름이면 세계 유수의 뮤지컬 팀들이 대구시내 주요 공연장에서 무대를 선보인다. 곳곳에 마련된 소극장에선 오랫동안 활동해온 지역 토착 극단·밴드들이 공들여 준비한 공연을 언제든 즐길 수 있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이처럼 손쉽게 양질의 공연문화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도 드물다.
그 중심에는 남구 대명동에 있는 공연문화거리가 있다. 이곳은 과거 동성로와 가까운데다 계명대 대명캠퍼스가 있어 많은 유동인구로 북적이며 부도심으로서 영화를 누렸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아파트 붐이 일며 인근 양옥집에 살던 주민들 대다수가 수성구 등 교외로 옮겨갔다. 계명대가 많은 학과를 성서캠퍼스로 옮기면서 과거 거리를 채웠던 젊음도 점차 지워졌다. 거리에는 오래된 건물과, 마찬가지로 오래된 사람들만 남았다.

재개발 사업을 진행해 낡은 건물을 밀어버리고, 아파트 등 주거시설을 짓는 게 수익이나 절차 면에서 가장 편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시는 이곳에 '문화'라는 옷을 입히기로 했다. 낮은 임대료를 보고 자생적으로 모여든 악기점이나 극단 연습실, 소극장들이 향후 대구 문화산업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대명공연거리'는 그렇게 탄생했다.
능력은 있지만 자본이 없었던 지역 문화예술인에게 공연장이나 연습실 월 임대료를 70%까지 지원하고, 작품이 널리 보급될 수 있도록 도왔다. 2014년까지 9곳에 불과했던 소극장은 지난해 말 기준 24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공연예술단체 40팀이 연합한 예술단체연합회도 생겼다. 이제 대명공연거리는 콘텐츠 생산에서 유통, 소비까지 집적된 대구의 대표적 문화콘텐츠 생산기지이자, 기성 공연문화의 풀뿌리 역할까지 맡고 있다.
◆대구만의 콘텐츠로 세계 사로잡는다
밑바닥부터 다져온 대구의 공연문화 콘텐츠는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12년을 이어온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하 딤프)이 대표적이다. 축제가 처음 열린 2007년 10만여 명이었던 축제 방문객은 올해 26만여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평균 객석 점유율도 66%에서 86%로 훌쩍 뛰었다.
대성공의 밑바탕에 대구산(産) 문화콘텐츠가 깔려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적극적으로 창작을 지원하면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훌륭한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실제 대구시와 딤프가 함께 만든 뮤지컬 '투란도트'는 2010년 초연 이후 중국 등 해외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에는 국내 창작뮤지컬 중 처음으로 헝가리 등 동유럽권 6개국에 라이센스 수출을 확정했다.
이는 딤프가 1회 때부터 추진해온 국내 최초의 창작 뮤지컬 지원사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사랑꽃', '오! 미스리', '데자뷰', '로렐라이' 등 12회까지 54개의 작품을 찾아 지원했다. 이중 30% 가량이 지역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딤프 대상작이자 지역 토종 작품인 '사랑꽃'은 2015년 중국 동관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폐막작으로 초청돼 '특별영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연간 공연관객 및 공연장 객석 수에서 지방도시 1위를 차지하는 등 공연산업 분야에서 인적, 물적으로 가장 앞서있다는 자부심이 있다"면서 "향후 국내를 넘어 아시아 공연예술의 핵심이자 한국 대표 공연도시를 목표로 단계적 추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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