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세 시대, 인생 2막을 즐기는 사람들 '골목문화해설사 김종석 씨'

골목을 스토리텔링하는 골목문화해설사 김종석 씨

대학 교직원이었던 김종석(75) 씨는 지난 2005년 직장에서 퇴직한 후 골목문화해설사가 됐다.

올해로 골목해설사 10년을 맞은 김 씨는 "골목지킴이를 하면서 매일 다음 날이 기다려지며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고, 또 아는 것을 관광객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행복하고 희망 찬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객 눈높이에 맞춰 해설

김 해설사가 골목문화해설을 시작한 건 정년퇴직 직후부터다.

해설사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해설 시연과 시험을 거쳐 골목문화해설사가 됐다. "평소 역사 공부를 해오던 차에 이거다 싶어 지원했다"고 했다.

김 해설사는 대구 골목 역사를 공부하는 외에도 인터넷을 검색하고 도서관을 오가며 새로 알게 된 내용들은 스토리에 맞게 구성하는 등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자연스러운 입매와 목소리 높낮이, 적절한 손동작은 금세 숙달이 됐다.

김 해설사는 현재 대구 중구청에서 운영하는 '대구 근대골목 투어' 해설을 맡고 있다. 흩어져 있던 근대역사문화 자원을 골목길로 엮어 만든 이 투어코스는 제1코스 경상감영달성 길, 제2코스 근대문화골목, 제3코스 패션한방길, 제4코스 삼덕봉산문화길, 제5코스 남산 100년 향수길 등으로 구성됐다.

"이 코스는 현대적 건물 사이에 숨어 있는 근대 역사의 자취를 발견해보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해설사는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춰 해설한다.

천재화가 이인성과 계산성당 내 감나무, '동무생각'을 작곡한 박태준 선생의 고교시절 연애 이야기, 6·25전쟁 중 계산성당에서 결혼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결혼식 이야기 등을 들려주면 모두 귀를 쫑긋세운고 했다.

그러나 가끔은 대답하기 어려운 때도 있다. 그러나 당황하지 않고 다음에 알려주겠다며 자연스레 넘기는 여유도 생겼다.

이젠 눈빛만 봐도 안다. 얼굴 표정을 살펴가며 설명 수준을 올렸다 내렸다 자유자재로 맞춘다. 해설을 부탁하는 관광객은 유치원 원아부터 초중고·대학생, 일반인, 가족, 친목모임 등 다양하다.

특히 학생들이 오면 서비스 차원에서 '교과서 몇 쪽에 언급된 내용'이라며 알려준다. 일종의 '영업전략'이다. 김 해설사는 학생들에게는 꿈과 자신감을 북돋워준다.

"나는 건강하다. 나는 꿈이 있다. 나는 반드시 성공한다. 나는 천재다. 다만 그 재주를 발견하지 못할 뿐이라고 말하면서 저는 건강한 천재를 모시고 투어한다"고 하면 학생들은 깔깔대면서 그렇게 좋아한다고 했다.

"도로를 건널 때도 국보가 다치면 안 되니 조심하라"고 하면 말을 잘 듣는다고 했다.

골목을 스토리텔링하는 김종석 골목문화해설사 박노익 기자 noik@msnet.co.kr
골목을 스토리텔링하는 김종석 골목문화해설사 박노익 기자 noik@msnet.co.kr

◆어떤 골목도 스토리텔링 입히면 훌륭한 골목길 돼

김 해설사는 관광객에게 지루하지 않고 유익하고 재미있게 해설하기 위해 하루도 공부와 운동을 빼놓지 않는다. 역사외 문학과 사회, 세계사 등 한 달에 10여 권의 책을 읽어 스토리를 구성한다.

신문도 중앙지와 지방지 등 7, 8개 신문을 봐 세상의 변화를 읽고 해외여행을 통해 선진국 여행문화도 참조한다.

김 해설사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6천보를 걷는다. 그것도 속보로 땀이 나게 걷는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걷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고, 2시간 이상 투어를 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학생들 앞에서는 걸을 때도 바른 자세로 걷는다"고 했다.

김 해설사는 대구가 볼거리·먹거리가 없다고 하지만 찾아보면 많다고 했다. "대구에는1천 개가 넘는 골목이 있는데, 스토리텔링을 입히면 훌륭한 골목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해설사는 지역을 알려 많은 사람들이 찾게 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고 했다. "지역을 위하는 보람된 일이고 또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 있어 해설사 일에 너무 만족한다. 건강은 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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