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림 복구하면서 기존 임도 좁히고 끊어놔 말썽

고령군 운수면 팔산리 산 64번지에 있는 임도. 오른쪽 둑처럼 보이는 것이 산림복구를 한 부분이다. 복토를 위해 바닥을 판 배수로는 넓고 깊게 패고, 복토한 흙이 길을 덮어 농기계나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영욱 기자
고령군 운수면 팔산리 산 64번지에 있는 임도. 오른쪽 둑처럼 보이는 것이 산림복구를 한 부분이다. 복토를 위해 바닥을 판 배수로는 넓고 깊게 패고, 복토한 흙이 길을 덮어 농기계나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영욱 기자

"산림을 복구한다면서 임도를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면 어떡합니까."

고령군 운수면에 사는 A(80) 씨는 부친의 산소와 자녀의 전답을 오가는 임도를 생각하면 분이 식지 않는다. 고령군이 산림복구를 한다며 산길을 좁혀놔 농기계와 차량이 지나다닐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고령군에 따르면 운수면 팔산리 산 64번지와 64-1번지에 있는 임도를 이 토지 지분소유자 A(실제 등기부상 지분소유자는 A씨 배우자) 씨가 불법 확장을 했다. 이 과정에 산림이 일부 훼손됐다는 고발에 따라 A씨를 형사 입건하고 훼손된 산림에 대해 복구 명령을 내렸다.

A씨는 산림 훼손에 따른 벌금을 납부했지만 복구는 제때 하지 못했다. 이에 고령군은 A씨의 비용으로 행정대집행을 통해 복구를 완료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임도가 좁혀지고 군데군데 끊겨 차량·농기계가 다닐 수 없게 됐다. 현재 두 임도는 각각 40여m와 30여m 구간이 좁아져 목적지까지 차량통행이 불가능하다.

A씨는 "64-1번지에 있는 임도는 100년도 더 전에 조성된 것으로 이 길은 9천여㎡의 토지 농사를 짓는 통로로 사용됐는데 길을 끊어놔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그는 또 "64번지 임도 역시 40여 년 전에 직접 만든 것으로 이 길을 통해 차량으로 선친 묘소를 드나들었는데 이제는 이용할 수 없게 돼 성묘도 못 할 판"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고령군 관계자는 "산림복구를 위해 임도 옆 배수로 바닥을 파 복토를 하고 나무를 심었을 뿐 기존 임도를 좁히지는 않았다"면서 "그러나 올여름 장마와 태풍으로 배수로가 깊고 넓게 패이고, 복토한 흙이 흘러내려 결과적으로는 길이 좁아지게 됐다"고 해명했다.

고령군은 끊긴 임도에 대해서는 "복구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차량통행이 불가능해진 데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아 이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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