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새마을의 수난

조향래 논설위원
조향래 논설위원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시골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귀에 익도록 들은 '새마을 노래'이다. 새마을 노래는 박진감 있는 장단이나 사실적인 노랫말처럼 우리 농촌의 많은 변화를 이루어냈다. 주거 환경과 주민 위생 개선은 물론 농로 개설과 농업 기계화 등 많은 인프라가 구축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반세기에 이르는 세월 동안 풍파와 곡절 또한 적잖았다. 5공 비리 청문회에서 밝혀진 문제점으로 한동안 위축되었으나,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거듭났다. 새마을운동의 국제화도 그에 따른 한 양상이었다. 아프리카와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새마을운동을 배우고 있다. 중국에서도 이를 모방한 '신농촌운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 유산으로 최고급 열차의 이름이 새마을호가 되었고, 새마을금고 또한 그렇게 생겼을 것이다. 행정 조직과 대학 학과에도 새마을과가 신설되었다. 그런데 구미시가 '새마을과'를 폐지하는 개정 조례안 입법을 예고하고, 내년부터 모든 행사에 '새마을' 명칭을 빼기로 했다. 안전행정국 산하 '새마을과'를 '시민공동체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을 일으킨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새마을'을 없애버리면 그 역사성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지….

1960, 70년대에는 최고 등급의 열차였던 새마을호도 KTX 고속열차의 등장과 함께 위상을 잃었다. 최근에는 하필이면 새마을금고를 대상으로 한 강도 사건까지 끊이지 않고 있어 새마을이란 단어가 거듭 수난을 겪고 있다. 새마을은 변화와 발전을 수반하는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 지역사회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바꿔 나가자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그 이름이 무슨 죄인가.

새마을운동 또한 경제적 동기와 함께 정치적인 목적도 작용한 게 사실이다. 잘한 것은 계승하고 잘못한 것은 개선하면 되는 것이다. 반세기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새마을운동 관련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생명과 평화와 공경의 문화 및 운동을 지향하는 인류 공영의 가치이기도 하다. 이름을 지우는 게 능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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