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 문 정권에 대한 신영복·송기인의 영향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통혁당 투쟁 노선 따라 활동한 신

부산 지역 운동권 중심인물인 송

文대통령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머지않아 큰 불행 초래될 것 같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취해 온, 북한과의 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미국의 대북한 제재를 견제하는 행보를 보고 있으면 문 대통령이 깊이 존경하는 신영복 교수와 송기인 신부의 미국·북한 관련 발언들이 생각난다.

신영복 교수는 1968년에 적발된 북한 추종 지하당 통일혁명당의 구성원으로서 20년간의 형무소 복역 후 1988년에 석방된 인사이다. 2016년 1월 작고한 신 교수는 출옥 후에도 통혁당의 투쟁 노선에 따라 활동했다. 문 대통령은 자기가 신 교수를 존경한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표명했으며, 신 교수에 대한 존경심이 넘친 나머지 신 교수의 붓글씨 액자를 청와대에 걸어 놓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직전 북한 특사 김영남과 김여정이 청와대를 방문하여 문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었을 때 배경에 있던 '通一'(통일)이란 붓글씨가 들어 있는 액자가 바로 그것이다.

신 교수는 '황해문화' 2003년 가을호에 게재된 인터뷰 기사에서, 북한은 우리 민족의 주체성을 강화했는 데 반해 남한은 민족적 주체성을 잃고 미국이 지배하는 세계 자본주의 체계의 중하위권에 종속돼 있다, 남북통일이 되려면 한국이 그 종속 구조에서 빠져나와야 하고 북한이 세계 자본주의의 하위에 종속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하여, 북한은 휴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한 후 경제 문제에 전력투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려는 생각에서, 평화 체제를 위한 협상용으로 핵무기를 만든 것이다, 그에 반해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하는 동북아의 새로운 냉전 구조에 대비한, 또는 새로운 적을 만들어내는 미국의 전통적인 국가 전략과 관련해서 북한 핵을 다루고 있다, 한반도의 전쟁 위험은 북한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으로부터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한국의 은인'이라든지 '한반도 논의는 한미동맹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등의 환상적 미국관을 청산해야 한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북한 고립 정책과 미국의 북한 봉쇄 정책을 비판해서 북한이 자력으로 여러 가지 경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도록 돕는 게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송기인 신부는 부산 지역 운동권의 중심인물로서 자타가 공인하는 '문재인의 정신적 지주'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이 내 생각하고 똑같다"고 말할 정도로 문 대통령과 가까운 송 신부는 '월간중앙' 2005년 5월호에 게재된 인터뷰 기사에서, 나는 1980년대부터 미군 철수를 주장해 왔다, 미군이 철수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서울 정부와 평양 정부가 먼저 손을 잡아야 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우리 민족끼리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이 있어야 한다, 이것을 6자회담이니 뭐니에 맡길 것이 아니고 우선 서울 정부와 평양 정부가 저 사람들 몰래라도 긴밀하게 결속을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민족의 번영을 보장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대미 관계는 안타까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송 신부가 말하는 '저 사람들'이란 미국을 뜻한다.

이상과 같은 신·송 양인의 발언들과 문 대통령의 미국·북한에 대한 행보를 비교해 보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두 사람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는 점과, 북한과의 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미국의 대북한 제재를 견제하는 문 대통령의 행보가 문 대통령 1인의 판단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핵심 세력의 집합적 판단에 따른 기조적인 정책임을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 교수와 송 신부의 영향으로부터 하루속히 벗어나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대한민국에 큰 불행이 초래될 것 같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