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지난 밤, 스쳐가는 가을의 아쉬움 속에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가져와 '별헤는 밤'을 가슴에 담고 눈을 감았다. 붉은 가을빛 사이로 토요일 아침부터 이월드를 찾는 고객들이 몰려온다. 삼삼오오 학생들끼리 짝을 져 오기도 하고, 팔짱을 낀 다정한 연인들도 있고,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가족들이 오기도 한다. 어젯밤 별 속에 문득 보였던 어머니가 생각나서인지 오늘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방문한 단란한 3대 가정이 눈에 들어왔다. 손주들을 데리고 놀이기구를 타러 나서는 자녀들에게 '재미있게 타고 오라'고 하시곤 벤치에 앉으신다.

"여보 즐겁지? 우리가 애들은 잘키웠어". 놀이동산에서 아이들이 보여주는 해맑은 웃음이 즐거우신지 두 분이 나누시는 대화가 정겨웠다. 한 동안 손녀를 돌보기 위해 지금은 70세가 넘으신 어머님이 서울집에 와 계셨고, 아버님은 시골에 계시며 주말부부로 10여 년을 사셨다. 자식이 되어서 뭐가 그리 바쁜지 어머님을 모시고 서울 구경 한번 시켜드리지도 못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무릎 아프셔서 주말마다 다니시던 병원을 한번도 모시고 가지 않았다.
"바빠요. 잘 다녀오시고 가까운 곳이니 혼자 가셔도 되시지요". 마치 당연한 것처럼 행동했다. 현 시대를 사는 대부분의 자녀들이 비슷한 처지일 것이라고 위안을 삼으면서 말이다. 요즘도 여전히 자식이 그리운 어머니는 주말이면 으레 '밥해 줄테니 다녀가'라며 전화를 하시곤 한다. 돌이켜보면 나의 생활세계는 몇 십년 일로만 가득 차 가족들은 별처럼 아스라이 멀리 있었다.
오랜 서울 생활 뒤 대구에 와서 가장 많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부모님에 대한 효도(孝道)일 것이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모 본부장은 아흔이 넘으신 부친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걱정한다. 휴무일에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드리며, 농사일도 하고, 병원도 모시고 가고, 식사거리도 준비하고, 여행도 준비한다. 그래도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더 많이 못해드려서 안타깝죠 뭐! 부족하죠"라며 못내 아쉬워한다.
직원들에게 듣는 부모님에 대한 생각은'극진하다'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자식이 해야 하는 도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참 많이 깨닫고 배운다. 전통이 넘치는 대구문화 때문일까. 제가 만나는 대구 사람들은 대체로 효심이 깊다.
효도는 도리이고, 예의이지만, 자식사랑은 대가와 조건이 없는 무한대의 내리사랑이란 것을 생각하며 불효하고 있는 나를 또 반성한다. 멀리 북간도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윤동주 시인처럼 이곳 멀리서 부모에게 받았던 유년시절의 사랑이 가을 들녘에 부는 바람처럼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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