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건속으로]다방 여종업원이 농촌 노인 상대로 수억원 사기

성주군 초전면에서 다방 여종업원이 노인을 상대로 수억원의 사기를 치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용하던 농촌 마을이 발칵 뒤집졌다.

확인된 피해 금액만 A(69) 씨 한 명에 2억3천여만원. 다른 노인 등도 1천만~1억원 정도 사기당했다는 소문이 있지만 당사자들이 입을 다문 데다 사기 행각을 벌인 여종업원이 이미 홍콩으로 달아난 상태라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모 외식업체 가맹점 가입을 도와주겠다는 다방 여종업원 K(52) 씨의 말을 믿고 지난 8월 K씨에게 1억3천여만원을 건넸다. 이 과정에 사기를 의심한 그의 아들이 9월 초 K씨를 신고나 고소를 하려고 했지만 '사기가 아니다'는 아버지 A씨의 만류로 포기해야 했다.

'사기가 들통날 수도 있겠다'고 직감한 K씨는 며칠 후 홍콩으로 달아났고, 그곳에서도 A씨에게 "가맹점 가입을 위해 1억원이 급히 더 필요하다"고 전화해 또 다시 1억원을 송금받아 가로챘다. 이 때까지도 A씨는 K씨의 사기 행각을 의심하지 않았다.

K씨는 올 여름쯤 초전면 한 다방에서 일하면서 A씨와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K씨가 해당 가맹점 가입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사기를 친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K씨는 과거 해당 가맹점과 관련된 일을 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건은 거액 송금을 수상하게 여긴 금융기관의 신고로 수면 위로 떠올랐고, 최근에야 A씨는 사기 당한 사실을 알고 K씨를 사기로 고소했다.

A씨는 "나 같은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K씨가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K씨가 사기를 치는 것 같다며 주변에서 만류했는데도 사기를 당해 얼굴을 들 수 없다"고 후회했다.

경찰도 여권 무효화 등 관련 당국에 협조 요청을 하는 것 외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답답해하고 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세상물정에 어두운 농촌 노인들이 보이스피싱이나 사기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는 만큼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이상할 만큼 친절을 베풀고 과도한 수익, 투자 등을 내세우며 전화로 돈을 요구하면 바로 경찰이나 금융기관, 자녀에게 알려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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