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는 혈액형이 달라도 수혈한다? 우리 고양이는 'B형 남자'?…동물 혈액형의 모든 것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개·고양이 혈액형과 수혈 A to Z

혈액형 검사 중인 쭈루.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혈액형 검사 중인 쭈루.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16살 쭈루는 심각한 빈혈과 심장질환, 자궁축농증, 장출혈로 급히 병원에 왔다.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쭈루의 혈액형은 'DEA 1.2형'이었다. 개는 'DEA 1.1형'이 대부분이며 'DEA 1.2형'은 적은 편이다.

다행히 쭈루는 처음 수혈을 받는 경우라 동물병원에 비치된 'DEA 1.1형' 혈액과의 수혈적합성 혈액교차반응 검사에서 안전하다고 진단되어 곧바로 'DEA 1.1형' 혈액을 수혈할 수 있었다.

쭈루는 건강이 빠르게 회복되었고 며칠 뒤 2차 수혈을 받으며 수술을 받고 지금은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물론 2차 수혈은 쭈루의 혈액형과 동일한 'DEA 1.2형' 혈액을 수혈했다.

개와 고양이도 사람처럼 혈액형이 존재한다. 그리고 출혈이 많거나 적혈구가 용혈되는 등 빈혈증상이 심하다면 수혈을 받아야 한다. 개와 고양이의 혈액형과 수혈에 대해 일문일답으로 소개한다.

개의 혈액형 검사 결과. 출처 : 한국동물혈액은행
개의 혈액형 검사 결과. 출처 : 한국동물혈액은행

▷개의 혈액형은?

개의 혈액형은 수혈 시 부작용을 유발하는 적혈구 항원 'DEA(Dog Erythrocyte Antigen)'을 13가지 유형으로 나누는데, 이 중 'DEA 1-'과 'DEA 1.1형'과 'DEA 1.2형'이 수혈할 때 중요하기 때문에 개의 혈액형은 크게 세가지로 구분한다. 'DEA 1-'은 사람의 O형 혈액형 처럼 'DEA 1.1형'과 'DEA 1.2형'에게 수혈 할 수는 있지만 반대로 수혈받을 수는 없다.

개는 수혈 시 사람과는 달리 첫 회 수혈은 혈액형이 달라도 수혈이 가능하다. 이는 개는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 동종항체(자연발생항체)가 없기 때문에 첫 수혈은 혈액형이 달라도 항원항체반응이 거의 발생 하지 않는다.

하지만 첫 수혈이 이루어지고 나면 이종 혈액형에 대한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두번째 수혈부터는 반드시 동일한 혈액형을 수혈해야 한다.

드물지만 'DEA 7형' 혈액형의 개는 동종항체(자연발생항체)를 가지고 있어서 첫 수혈이라 하더라도 수혈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보다 안전한 수혈을 위해서는 '혈액형 검사'와 더불어 '수혈 적합성 검사'를 실시한다.

고양이 혈액형.
고양이 혈액형.

▷고양이 혈액형은?

고양이 혈액형은 'TypeA 형'(전체 고양이의 90% 이상), 'TypeB 형'(10%), 'TypeAB 형' 등 세가지로 분류한다.

A형 혈액은 A형과 AB형에게, B형은 B형에게, AB형은 AB형에게 수혈이 가능하며 개와는 다르게 동종항체(자연발생항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첫 수혈부터 정확하게 혈액형을 구분해야 한다.

▷동물의 혈액은 어떻게 공급되나?

개와 고양이 혈액은 한국동물혈액은행에서 공급한다. 공혈견의 복지가 미흡하다며 동물보호단체의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수혈을 필요로 하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사업체다. 공혈견이 더 나은 보호를 받고 채혈 간격을 길게 한다면 관리 비용은 증가하고 이는 곧 혈액 공급 가격의 상승과 치료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고양이는 체형이 작기 때문에 공급 비용을 떠나 혈액 공급 자체가 부족하다.

출처: https://www.vettimes.co.uk
출처: https://www.vettimes.co.uk

그래서 반려문화가 정착된 선진국에서는 공혈견과 공혈묘의 희생을 줄이면서 개와 고양이에게 긴급하게 수혈이 가능하도록 지역별 'Donate Blood Network(혈액 공유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개는 15kg 이상 비만하지 않고 건강하고 순한 성격의 개가 공혈견으로 적합하다. 고양이는 5kg 이상 비만하지 않고 건강하고 유순한 고양이가 공혈묘로 적합하다. 특히 희귀 혈액형이라 할 수 있는 개의 'DEA 1.2형'과 고양이의 'TypeB 형' 혈액형을 가진 개와 고양이는 반드시 참여한다면 반려동물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동물병원에서 혈액형을 검사를 받은 후, 공혈견 또는 공혈묘로 적합한지를 상담하면 된다. 동물병원에서는 이에 참여하는 동물에게는 정기 건강검진 등의 의료 지원을 제공한다.

국내에도 수혈을 위한 혈액 공유 네트워크가 정착되어 공혈견의 희생을 줄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널리 확산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SBS TV 동물농장을 통해 알려진 박순석 수의사는 개와 고양이 뿐만 아니라 특수동물과 야생동물들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 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