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지난 2010년 매입한 동아아울렛(옛 동아백화점) 대구 본점을 비롯해 NC아울렛 경산점, 동아아울렛 포항점 등 전국 5개 점포를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에서는 "이랜드가 결국 단물만 빼먹고 대구를 떠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당초 동아백화점 및 마트 등을 일괄 매입하면서 아무 연고가 없는 대구 시장에 진출했던 이랜드 그룹은 놀이공원인 이월드(옛 우방랜드)와 프린스 호텔까지 잇따라 인수하면서 대구 마켓 쉐어를 넓혀왔다.
하지만 이번 매각소식으로 인해 '이랜드 철수'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유통업의 경우 보유 부동산 자산이 없으면 사업 철수가 용이한데다 이랜드 레저비스가 사들였던 프린스호텔도 임대주택으로 개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랜드 측은 "건물 매각은 자산 효율화와 재무구조 개선 차원일 뿐이며, '매각 후 재임차'(세일 앤 리스백) 형식으로 매장은 계속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34년 역사의 프린스호텔, 사라진다
매일신문 취재진의 확인결과 프린스호텔 개발설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랜드 레저비스가 지난 2013년 인수한 대구 남구 대명동 프린스호텔을 허물고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짓는다.
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8월 '제 2차공공지원 민간 임대주택 민간제안사업 공모' 우선협상대상자로 이랜드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번 공모에서 이랜드건설 컨소시엄은 기존 호텔 건물(지상 12층·지하 4층)을 철거하고 오피스텔 등 477가구 규모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HUG 관계자는 "아직 공급 시기 등 세부적인 사업 내용은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도시계획 변경 없이 즉시 주택건설이 가능한 사업장에 한해 추진한다.
전체 가구를 무주택자 우선으로 주변 임대료 시세의 95%이하로 공급하되, 전체 가구수의 20%이상은 주변 임대료 시세의 85% 이하인 청년주택으로 특별 공급한다. 우선협상대상자는 HUG의 기금출자 심의를 거쳐 기금출자, 융자 및 임대리츠 PF(프로젝트 파이낸싱)보증 등의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랜드건설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따라 1984년 문을 연 프린스호텔은 준공 3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프린스 호텔은 올해 말까지 영업한 뒤 철거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구 도시철도 지하철 1호선 명덕역에서 200m 남짓 떨어진 프린스호텔 일대는 교통의 요지로, 역세권 입지가 장점"이라며 "이랜드리테일 측이 전반적인 호텔업 불황과 자금 경색에 따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민간임대주택 개발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 없지만 현금 창구 놓긴 힘들 것
이랜드가 2014년 계획을 밝혔던 이월드 워터파크 조성 문제도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당초 2017년 준공을 목표로 했지만, 소음 등의 피해를 우려한 주민 반대에 부딪히면서 조성 부지와 규모 등을 전면 수정, 여지껏 진척된 것이 없다. 워터파크 조성 부지를 민가와 떨어진 공원 녹지 안쪽으로 옮기면서 주민들과의 잡음은 해소됐지만, 이제는 규모와 투자성을 두고 내부 고민이 깊기 때문이다.
이월드 관계자는 "그룹 전체 사정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다 워낙 투자금이 큰 만큼 이를 조달하는 방안과 수익성 등에 대해 계속 논의만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당초 이랜드 그룹은 2014년 4월 이월드 주차장 3만6천㎡ 부지에 500억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4층의 연면적 10만㎡ 규모로 하루 방문객 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워터파크를 2017년까지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월드는 놀이공원을 매입한 뒤 이렇다 할 투자를 하지 않았다. 아동용 1개를 비롯한 놀이시설 3개가 신규로 들어섰을 뿐이어서 시설은 계속 노후화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이랜드가 아예 대구 시장에서 발을 빼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 반월당 동아백화점 쇼핑점과 수성점이 쏠쏠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다, 이월드 흑자 행진을 이어가면서 주가 역시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 관계자는 "당장 현금 회전이 좋은 업종이어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곳이다보니 굳이 효자 매장에서 손을 뗄 이유는 없지 않겠느냐"며 "이랜드 측의 설명대로 내년 상장을 앞두고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편이 맞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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