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 티티카카와 세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도시 마추픽추
▶하늘 위에 떠 있는 호수 티티카카

이른 아침 또다시 낯선 동네에 도착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있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여행의 끝자락에 다다를 즈음 우리가 새롭게 도착한 곳은 볼리비아 코파카바나이다. 버스에서 내리고 스트레칭을 한 번 한 후 새롭게 묵을 숙소를 찾아다녔다. 호스텔이 잘 보이지 않아 지친 우리는 아무 호텔이나 들어섰다. 외관과는 달리 층고가 아주 높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인테리어를 한 호텔이었다. 분명 비쌀 거라고 예상했지만, 우리가 앞서 여행하면서 묵었던 도미토리 값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창문 너머로 티티카카 호수가 시원하게 펼쳐진 전망 좋은 방이었다.
해발 3812m의 높이에 있는 티티카카호수는 배가 다닐 수 있는 큰 호수중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넓이도 세계에서 두번째로 넓은 이 호수는 6개의 섬을 품고 있다. 최대 수심이 281m로 깊어 계절에 따른 수온에 차이가 거의 없다. 항상 11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곳은 특이한 고유종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포근하고 하얀 침대에서 잠시 뒹굴뒹굴하다가 티티카카에서 수영하기로 마음먹고 비키니를 입고 밖으로 나갔다. 가는 길에 제트스키 타는 곳과 마주쳤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처음엔 스텝이 운전해주는 제트스키 뒤에 앉아서 탔는데, 우리가 운전해보고 싶어서 자리를 바꾸고 직접 제트스키를 운전했다. 티티카카 호수에서 타는 제트스키라니! 타고 있는 순간에도 그 사실에 가슴 한켠이 설레었다. 제트스키를 타고나서 적당히 수영할만한 곳을 찾아 물에 들어갔다. 물이 그다지 깨끗해 보이진 않았지만 수영하는 데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물놀이를 할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역시 물이 있는 곳이라면 몸을 한 번쯤 담가봐야한다. 비록 수영하는 사람도 비키니만 입고 있는 사람도 우리밖에 없었지만 후회되진 않았다. 예림이와 나는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도 좋아하지만 소나기를 온몸으로 맞듯이 그곳에서 어떤 상황에 우리를 완전히 섞어버리는 걸 좋아한다. 물놀이 후 나른해진 몸을 이끌고 티티카카에서 유명한 뜨루차를 먹으러 갔다. 뜨루차는 우리나라 말로 송어인데, 포장마차처럼 줄지어진 가게에 송어로 만든 다양한 요리들을 판매하고 있다. 우린 감자랑 밥과 함께 먹는 가장 기본적인 뜨루차와 돼지고기 튀긴 요리 같은 것을 주문했다. 라임을 뿌려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볼리비아에선 물가도 저렴하고 그들이 고집해온 전통 때문에 음식 종류도 다양해서 우리에겐 환상적인 식도락 여행지였다.

▶쉽게 허락되지 않는 하늘도시 마추픽추
버스시간에 쫒기면서 부랴부랴 슈퍼에서 초코우유 하나와 과자들을 사왔다. 12시간 동안의 긴 여정을 위해 준비해야 할 필수 식량이었다.
이른 새벽 버스는 볼리비아-페루 국경을 지나 쿠스코에 도착했다. 코파카바나에서부터 마추픽추를 가는 경로를 알아봤는데 유명한 여행지인 만큼 경로가 너무 다양했다. 옛날에 잉카인이 걸었던 길을 걸으며 그들이 밟고 간 땅과 풀을 느끼며 4박 5일 동안 걷는 잉카트레일이 있고 마추픽추로 가는 3박 4일 동안 흥미진진한 액티비티를 즐기며 걷는 정글트레일도 있다.

가장 편하면서도 시간이 적게 걸리는 방법은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인데, 비용이 많이 들어서 포기했다. 시간도 돈도 많지 않았던 우리가 선택한 경로는 가장 저렴하고 하루 안에 마추픽추에 도착하는 미니밴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쿠스코에서 미니밴 같은 차를 타고 8시간동안 좁고 위험한 산길을 올라 차가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지점인 하이드로 일렉트리카에 도착했다. 가는 길이 워낙 위험해서 우기에는 웬만하면 피해야 할 코스라고 했다. 하이드로 일렉트리카에서 부터는 2시간 30분 동안 기찻길을 따라 걷는다. 풀숲이 우거지는 길을 부슬비를 맞으며 걷는 게 정말 즐거웠다. 한발 한발 철로를 딛으며 아무것도 안 보이는 깜깜한 터널도 지나고, 미친 듯이 뛰기도 하다가 지나가는 기차 안 사람들과 인사도 하며 걸으니 2시간 30분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마을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추픽추만큼이나 신비로운 동네였다. 골목도 많고 상당히 번화하였는데 길 한복판에 철로가 있고 강과 계곡 중간쯤 되는 많은 유랑의 물도 흐르고 있었다.
마추픽추는 해발 2,430m에 자리해 있다. 잉카 제국의 절정기에 건설되었지만 누가 살고 있었고 어떻게 마을에 사는 모든 사람이 한 번에 사라졌는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새벽 3시 30분 졸린 눈을 비비고 간신히 일어났다. 드디어 마추픽추를 보기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오늘도 비가 왔고 가파를 산을 비를 맞으며 올라야 했지만 예림이와 나는 도전적인 걸 좋아해서 남들보다 빠르게 그리고 즐겁게 산에 올라갔다. 그런데 정상에서는 갑자기 모든 체력이 고갈되는 것 같았다. 젖은 옷은 마를 생각을 안 했다. 비가 와서 잔뜩 낀 안개 때문에 눈앞에 있는 물체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누군가에겐 남미 최고의 여행지였겠지만 예림이와 나에겐 춥고 힘든 기억만 잔뜩 남은 곳이었다.
황희정 디자이너
hmalove1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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